[ET단상]`중소기업 희망사다리`에 거는 기대

정부 국정과제 140개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이 `중소기업 성장 희망사다리 구축`이다.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경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과제기 때문이다.

[ET단상]`중소기업 희망사다리`에 거는 기대

창조경제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산업 간 융합을 이뤄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창출하는 일이다. 유연한 조직과 아이디어의 빠른 실행력은 필수요소다. 주역은 역시 중소·중견기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 비중은 전체 기업 중 99%에 이른다. 이들 기업이 국내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국내 생산의 50%를 차지한다. 국가경제가 지속 성장하려면 중소·중견기업이라는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돼야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중산층이 두터워져 나라가 안정되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무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속은 첨단 과학기술의 경연장이다. 기술의 진보는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 역시 냉혹한 글로벌 경쟁 환경을 헤쳐 나가야 한다.

대기업은 자체 역량으로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며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미래 소재와 관련된 세계적 연구개발 인프라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이곳에 수만명의 국내외 우수 연구인력이 집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연구 인력과 기술력 부족으로 급변하는 기술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경제의 지속발전을 위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중소·중견기업은 연구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기술개발을 주도할 고학력, 고경력 전문인력 부족을 꼽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 연구기관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근 정부지원으로 시행하는 고급 연구인력 파견 및 채용 지원사업, 생산현장 종합지원사업 등이 주목받았다. 들여다보면 고급 연구인력 파견 지원사업은 출연연 석·박사급 우수 연구인력을 중소·중견기업에 파견해 연구개발은 물론이고 기업 연구개발 혁신체계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파견된 연구자의 39%가 기업소속으로 이직하는 등 중소·중견기업 우수 연구인력 유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고급 연구인력 채용 지원사업은 중소기업에서 석·박사급 연구인력 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규 채용된 인력이 5000여명에 이른다. 지원인력은 중소·중견기업 핵심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생산현장 종합지원사업은 중소·중견기업의 현장 애로기술을 해결할 출연연, 전문연 등의 연구인력을 연계해 기술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이 사업으로 연구인력, 시설, 장비를 지원받아 생산현장의 시급한 현안 834건이 해결됐다.

지난 40여년간 출연연 등 공공연구기관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천기술을 이전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해 왔다. 내가 몸담고 있는 화학연구원을 실 사례로 보더라도 실적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관이 개발한 윤활유, 콘택트렌즈, 촉매기술 등이 장암칼스, 불스원, 인터로조, 에코프로와 같은 국내 중견기업 성장에 기여해 왔다. 네패스는 파견 나간 고급 연구인력들이 차세대 고효율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4개의 특허를 창출하고 상용화 계획을 앞당기는 개가도 올렸다.

최근 범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연구개발 지원이 확대일로다. 성공모델이 계속 나와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면 국민에게는 희망을,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살아 있는 교과서가 돼 벤처와 창업의 꿈을 심어줄 것이다.

김재현 한국화학연구원장 kjaehyun@kric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