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치킨게임 우려 불구 미세 공정 전환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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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주력 공정인 28나노미터(㎚) 라인 가동률이 세계적으로 급감하면서 공급 과잉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치킨게임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지만 주요 업체들은 오히려 미세 공정 전환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은 생산할 수 있는 품목과 고객사가 한정돼 있어 공급과잉 상황으로 치닫더라도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딜레마에 처한 것으로 분석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28나노 파운드리 라인 가동률이 50% 가까이, 세계 1위인 대만 TSMC 역시 60~70% 수준으로 각각 떨어졌다.

두 회사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퀄컴, 애플, 미디어텍 등 주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고객사의 물량을 양분해 왔다. 근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AP 판매량이 줄어든데다 글로벌파운드리즈가 28나노 시장에 적극 가세하면서 가동률은 급락했다. 여기다 내년부터 인텔이 14나노 트라이게이트(Trigate, 타사 핀펫 구조와 동일) 공장(팹)을 파운드리로 활용하게 되면 파운드리 생산 능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한 세대가 진화할 때마다 이론적으로 갑절, 실제로는 30~40% 생산성이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공급 과잉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됐다.

공급 능력 확대에도 수요는 제한적이다. 모바일 AP, PC용·서버용 CPU, 그래픽프로세서(GPU), 디지털TV칩 정도가 28나노 이하 미세 공정에서 양산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초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한 전문가는 “메모리와 달리 여러 가지 응용 가능성과 수율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발표된 투자 규모만 보더라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오히려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에 28나노·20나노 공정을 운영하고 있고 건설 중인 경기도 화성 17라인에 14나노 공정을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 말 준공, 오는 2015년 양산이 목표다. 대만 TSMC 역시 올해와 내년 각각 100억달러(약 10조6070억원)를 투입해 20나노·16나노 투자에 돌입했다. 인텔은 이미 중국 청두 공장에서 14나노 팹 가동에 들어갔다.

주요 파운드리 업체에 나름대로 복안은 있다. 삼성전자는 수율을 높이는 공정 기술이 TSMC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TSMC에 비해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 양산이 앞섰던 것도 메모리에서 쌓은 공정 기술력 덕분이다. 미세화 공정으로 갈수록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사 세트 사업의 안정적 공급망(SCM)을 위해서도 AP 파운드리는 필요하다. TSMC로선 업계 1위 지위를 놓치지 않으려면 16나노 투자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인텔은 CPU 시장에서 떨어지는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후발 주자들의 추격 탓에 미세 공정 투자를 늦추기도 어렵다. SMIC 등 중국 업체가 이미 35~40나노급 파운드리 서비스를 하고 있어 선발 업체로서는 첨단 공정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급 과잉 여파를 우려해 미세 공정 전환 투자에 소극적인 업체도 있다. 한때 파운드리 시장 2위를 차지했던 대만 UMC는 28나노 공정 5만장 투자 후 증설 계획은 아직 없다. UMC 관계자는 “14나노는 위험성이 높은 시장이라 향후 시장 상황을 봐서 투자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료: 업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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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