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라도 알면 다행이지요.”
앱이 구글 플레이에서 갑자기 삭제되면 개발사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한두 앱만 올려 운영하는 중소기업이라면 더 치명적이다. 음란물이나 불법 정보를 담은 앱은 삭제 가능하다고 약관에 나와 있다. 문제는 이 판단이 애매하거나 자의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음주운전 단속 정보를 공유하는 `삐뽀삐뽀`란 앱이 있다. `음주운전을 조장한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근 구글 플레이에서 사라졌다. 개발사 오큐파이 측은 “논란은 예상했지만, 앱을 통한 단속 정보 공유와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이 사고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봤다”며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법률 자문도 받은 상태”라며 억울해 했다. 구글이 `경찰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단독재량`이란 약관 한마디로 앱을 내리고, 억울함을 전할 창구도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소통 도구를 갖춘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걸 막는 게 현실성 있는 일일까. 분명 구글이 주장하는 개방과 공유 정신과도 거리가 있다. 물론 음주운전 단속 정보 공유가 실제로 해롭거나 범죄를 조장하는지에는 찬반이 갈린다. 플랫폼 품질 유지를 위한 관리 감독도 당연하다. 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담당자 판단에 기대서 사업의 존패가 갈린다면, 그것도 문제다.
중소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북스`에서 성인 콘텐츠를 삭제하고 있다. 구글이 성인 인증 시스템을 완비하기 전까지는 청소년 유해 소지가 있는 콘텐츠는 내려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텐츠 판단 기준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다. 그 와중에 네이버 북스를 통해 수익을 얻던 장르문학 출판사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
개발사의 행동을 규제하는 마켓 약관은 애매하고 포괄적이라는 불만이 높다. 그래서 모바일 개발사 사이에선 `앱이 삭제되더라도 이유라도 알면 다행`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플랫폼 개발사가 아무리 선의를 갖고 열심히 해도 이런 문제를 다 없애긴 힘들다. 사용자들의 선택권을 플랫폼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도 문제다. 더 씁쓸한 것은 이런 일이 해외에는 없고, 우리나라에서만 자꾸 생긴다는 점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