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물류 업체들의 ‘공중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업체들이 잇따라 무인 비행기(드론)를 활용한 배송을 시험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물류 회사 DHL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로이터, 더버지 등 외신들은 DHL이 개발한 무인 비행 로봇 ‘파켓콥터(Paketkopter)’가 9일(현지시각) 오전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보도했다. 독일 본에서 이뤄진 시험 비행에서 파켓콥터는 의약품이 담긴 소포 상자를 싣고 라인 강을 건너 착륙 장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총 비행 거리는 0.6마일, 비행 시간은 2분을 기록했다.
DHL 개발한 드론은 아마존이 지난 주 선보인 옥토콥터와 비슷한 형태로, 4개의 프로펠러로 비행한다. 3kg(6.6파운드)의 물건을 싣고 최고 100m 고도까지 날아오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이 로봇이 GPS를 이용해 정확한 배송 위치를 찾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드론 배송을 연구하는 목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대한 긴급 화물 수요를 들었다. 기존 교통수단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 의약품 등이 필요할 때 드론 배송이 유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 측은 그러나 일반 택배 배송에 드론을 이용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드론 전쟁의 포문은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업체들이 먼저 열었다. 지난 1일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드론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 ‘아마조 프라임 에어’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활용하면 30분 내에 배송을 마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얼마 뒤 미국 최대 물류 업체 UPS도 유사한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페덱스 창업자인 프레드 스미스도 몇 년째 이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같은 드론 배송 장면이 실제로 등장하면서, 이 기술이 물류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주 더버지와 인터뷰한 드론 전문가 라이언 칼로(Ryan Calo)는 “물류 및 배달 서비스에서 제대로 경쟁하려면, 드론과 무인 로봇에 대해 고려가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규제와 안전성 문제가 걸림돌이다. 미 연방항공청(FAA) 규정에 따르면 현재 상업적 목적의 드론 이용은 모두 불법이다. 물품 운반용 드론이 공중납치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IT월드는 사미 쿠마르라는 보안 전문가가 개발한 해커 드론과 조종 앱을 소개했다. 이 해커 드론은 다른 드론을 공중납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드론 배송은 실험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
송준영기자 dreamer091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