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통업계에서 콜센터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객이 쏟아내는 폭언, 모욕, 성희롱 등을 참으며 받은 스트레스로 중증 우울증을 앓거나 심하면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 상담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홈쇼핑 업체가 자사 콜센터 상담사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려 94%가 고객 폭언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상담사는 “통화 시작부터 끝까지 욕설을 퍼붓거나 억지를 부리는 고객 탓에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심한 모욕을 당하고 자살까지 생각했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상황은 악화일로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일부 업체는 오히려 콜센터를 감시하며 옥죈다. 회사가 선발한 평가원이 고객을 가장해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퍼`가 대표적이다. 평가 기간 동안 콜센터는 극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에 휩싸인다. 누가 언제 전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계약직 직원이 많은 콜센터 특성상 한번 실수는 곧바로 퇴사로 이어질 수 있다.
콜센터 상담사는 고객보다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없다. 각 업체가 내부 서비스 규정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상담사는 심각한 성희롱을 당해도 화 한번 내지 못하고 참아야 한다. 전화를 끊지 않은 채 식사를 하고 오겠다며 상담사를 세 시간 동안 잡아 둔 고객도 있다.
최근 홈쇼핑 업계는 속속 콜센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유통업체가 감정노동자 보호 프로그램 구축에는 지지부진이다. `고객은 왕`이라는 업계의 암묵적 원칙이 우선이다.
콜센터는 회사를 대표해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최전방 조직이다. 최전방이 무너지면 내부 조직까지 붕괴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회사가 대책 마련에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그들은 다시 영혼을 갉아먹는 전화기로 손을 뻗는다.
전자산업부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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