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금융IT와 사랑에 빠진 남자`는 금융IT 분야에서만 30년 넘게 한길을 걸어온 김광옥 전 IBK시스템 사장의 자서전이다. 카카오는 그의 이름 이니셜을 딴 `KKO`를 편하게 부르기 위해서 20년 넘게 불린 애칭이다. 지인 사이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톡보다 그의 애칭으로 더 친숙하다.
저자는 같은 길을 가는 후배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만을 골라 담았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힘에 부쳤던 일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만 집중하는 일반 자서전과 구분되는 이유다. 대부분 IT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면 온갖 장애와 난제가 한꺼번에 발생한다.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불평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에 몰두한다. 저자도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마무리 개발을 하던 일, 장애가 발생했을 때 당황했던 기억, 주력 프로젝트의 실패 사례 등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IT전공 1호로 농협중앙회 전산부에 입사하고 전 금융기관 중 최초로 IT전공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등 금융IT 분야에서는 명성이 높다. 그래서 특별한 장애나 시련 없이 성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에 나와 있는 저자의 고민과 애로사항은 우리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이다.
저자는 다른 IT 전문기업으로 회사를 옮겨 승승장구하는 동기를 보며 진로를 잘못 선택한 게 아닌가 하고 좌절한 적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대기업만 선호하는 취업준비생, 철새처럼 직장을 옮겨 다니는 직장인에게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한 끈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이 책에는 본인의 얘기만 아니라 시대의 변천과 함께 발전해 온 우리나라 IT 역사도 함께 정리돼 있다. 쉽게 찾아보기 힘든 자료와 이야기다. 온라인 초창기 당시 모뎀을 안고 다녔다거나, 수기로 업무를 처리했다는 일 등은 젊은이에게는 낯선 이야기다.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재미를 준다.
끼니도 때우기 어려운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국가적으로 컴퓨터 전략을 수립하고 체계적 교육 제도를 일사분란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대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교육의 수혜자로서 전산을 전공해 금융IT에 발을 내딛는 과정에 대한 저자의 자부심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감사에서 시작한다. 사회적 역동성은 많이 사라졌고 감사와 고마움보다는 불만이 많은 오늘날 사회에 많은 교훈이 된다.
애정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 조용한 리더십도 담겨 있다. 리더십이란 명령과 복종에 가까운 말이다. 실제로 리더십이 좋다는 말을 듣는 이는 대부분 상명하복의 강한 규율을 중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리더십은 직원 개개인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열정을 이끌어 내는 데 있다. 직원들과 함께 하기 위해 시도한 많은 노력은 공감대를 형성해 자발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카카오, 금융IT와 사랑에 빠진 남자`는 비매품으로 발간된 책이지만 디리아(02-562-7132)로 문의하면 구매할 수 있다.
김광옥 지음. 디리아 펴냄. 1만2000원.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