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코스닥지수가 500선이 무너지며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코스닥기업 실적 불확실성 속에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며 심리적 지지선이던 500선마저 내줬다. 코스닥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이 잇따라 상장 철회를 결정하는 등 올 하반기 들어 활기를 되찾던 기업공개(IPO)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코스닥지수 하락 속에 동우HST, 하나머티리얼즈, 오이솔루션 등 유망기업의 상장 철회 결정이 이어졌다. 잇단 상장 철회는 코스닥 업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전문가 지적이다. 수요 예측에서 희망밴드보다 낮은 수준에서 공모가가 결정되자 공모를 철회한 것이다. 관련 회사는 “현재 시장상황에서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장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된 기업은 지금까지 총 32곳으로 한국거래소가 연초 내세웠던 40개 기업 코스닥 상장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 부진은 중소기업 자금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닥은 1996년 등장 이후 혁신 기술기업 육성의 산실이었다. 벤처거품 논란도 빚었지만 IMF 경제 위기 속 우리 경제 지속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한몫을 했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표방하며 벤처와 창업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벤처·창업기업에 원활한 자금을 수혈할 수 있는 금융동맥이 필수다. 중소·벤처·창업기업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해 창조경제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코스닥과 코넥스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9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코스닥이 2부 시장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량기업의 상장 유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코스닥이 2부시장이라는 인식부터 없애야 한다. 탄탄한 기업의 상장을 적극 유치해 궁극적으로는 우량 기술주 중심 시장으로 특화된 미국 나스닥과 같이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덩치와 상관없이 `기술주는 코스닥에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코스닥은 박근혜정부의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통한 한국식 창업국가 건설을 뒷받침할 주요 금융 인프라다. 코스닥 활성화에 대한 무게감이 실리는 이유다. 코스닥 시장의 독립기구화는 `코스닥 살리기` 노력의 일환이다. 금융위는 지난 7월 `코스닥시장 지배구조 개선` 대책을 발표하며 코스닥 시장위원회를 거래소 이사회에서 분리해 독립기구로 설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 시장은 지난 2005년 거래소에 통합된 이후 8년 만에 독립기구로 출범했다.
일부에서는 예산독립, 제도개선 등의 면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코스닥시장의 실질적인 분리 독립 방안과 상장기업 확대를 위한 상장요건·공시규정 완화 등 규제완화가 잇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장요건은 성장성 높은 중소기업 진입을 어렵게 하는 이익과 매출액, 시가총액 등 규모 중심의 상장 요건을 바꾸고 기업 지속성과 경영안정성 등 55개 항목에 달하는 코스닥 질적 심사 항목을 경영투명성 위주에 맞춰 대폭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장 규제가 진행돼야 시장 건전화를 이끌 수 있다며 상장 요건 완화에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엄격한 규제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상장됐을 때 상장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높다”며 “이 같은 현상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전한 시장을 만들 수 있는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공시 요건도 지적 대상이다. 코스닥시장은 투기성 투자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유가증권시장보다 시가총액 측면에서 작은 시장이지만 상대적으로 엄격한 공시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 개인이 많다보니 개인투자자보호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계속 만들어진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투자의 가장 기본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도 실현되지 않는 구조다. 코스닥은 `하이리스크 로리턴(고위험 저수익)`이고 유가증권이 오히려 `로리스크 하이리턴(저위험 고수익)`이다. 따라서 코스닥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하고 `제2의 나스닥`으로 성장시키려면 공시 규정부터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제 혜택도 필수다. 코스닥 상장 기업이 상장한 해에 내는 법인세가 평균 10억원이다. 이 세금을 50%가 아니라 20%만 감면하더라도 세제 감면이 마중물이 되어 코스닥에 들어오려는 기업이 많아지고 좋은 기업이 많이 들어오면 거래량도 늘어나 시장이 활성화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스닥 하위시장이라 할 수 있는 코넥스를 활성화해 코스닥에 새 피를 수혈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중소·벤처 전용시장인 코넥스를 출범시켰다. 상장요건과 공시요건을 대폭 완화해 현재보다는 미래가치가 높은 유망주를 발굴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코넥스의 성적표도 기대이하다. 거래가 부진하다. 코넥스에 돈이 말라 정작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할 때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염려 탓에 자금을 쥐고 있는 기관투자가가 코넥스 투자를 꺼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7, 8월 4억~5억원이던 코넥스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월 들어서 3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김영주 의원(민주당)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7~9월 말까지 코넥스 시장 거래금액 251억원 중 176억7000만원(70.4%)이 증권 유관기관(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금융투자협회 등)이 조성한 1000억원 규모의 창조금융 공동펀드의 투자금액이었다. 자본시장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조성한 코넥스펀드는 대신자산운용의 `대신창조성장중소형주`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 펀드도 설정액 5% 이하에서 코넥스 종목에 편입해 실제 투자금은 10억원 미만이다.
이 탓에 시장에선 코넥스 시장이 본래 목적인 `벤처투자가의 투자금 회수의 장(Exit Market)`이 되려면 장벽을 더 허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개인투자자가 코넥스에 투자할 때 예탁금 3억원을 맡기도록 한 규정을 완화하고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의 상장 법인 주식 취득 제한을 코넥스기업에 대해서는 완화하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 등 코넥스 활성화법을 국회가 하루빨리 통과시킬 것을 업계는 주문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