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DNA]인스타그램 혁신 엔진 `인스타미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계 맹주 페이스북은 지난해 4월 깜짝 놀랄 대규모 인수를 발표했다. 주인공은 사진공유 SNS로 인기를 끌던 인스타그램. 차세대 SNS를 품에 안기 위해 쓴 돈은 10억달러(약 1조532억원)에 이른다. 인스타그램은 단숨에 실리콘밸리 최고 스타트업으로 떠올랐다.

세계 각 도시에서 열린 인스타미팅.<인스타그램 자료>
세계 각 도시에서 열린 인스타미팅.<인스타그램 자료>

2010년 창업해 3년 만에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쓴 인스타그램의 성장에는 `커뮤니티 우선(Community First)`이라는 핵심가치가 있다. 이 핵심가치를 실현한 독특한 활동이 바로 `인스타미팅(Instameeting)`이다. 인스타미팅은 SNS인 인스타그램 정체성과 정반대에 있는 프로그램이다. SNS가 오프라인 만남을 온라인으로 가져왔다면 인스타미팅은 온라인 만남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는 이벤트다. 인스타미팅의 탄생은 인스타그램이 아닌 초기 사용자가 주도했다.

인스타그램 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은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2011년 11월 처음으로 인스타미팅을 접했다. 당시에는 서비스 이용자가 100만명도 되지 않았다. 매일 사무실에서 서비스 활성화를 고민하던 그들은 첫 번째 인스타미팅이 사무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장에 도착하자 다섯 명 남짓 이용자가 이들을 반겼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앱으로 사진을 찍고 필터에 대해 스스럼없이 의견을 나눴다. 그중 한 사람은 자신이 인스타그램으로 찍은 사진을 프린트한 스카프를 제작해 선보이기도 했다. 이 날의 경험은 밀폐된 사무실 안에서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란 고민으로 전전긍긍하던 창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실제 이용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경험을 나누고 서비스에 대한 열정을 목격하는 것은 더 없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

더욱 중요한 건 인스타미팅이 고객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서비스에 반영하는 핫라인이라는 점이다. 서비스 매력을 높인 다양한 시도가 인스타미팅에서 탄생했다. `해시태그(#)로 키워드를 정리하면 어떨까`라는 한 참석자의 제안이 현재의 해시태그 검색을 만들어냈다. 검색 단어 앞에 해시태그를 붙여 사용자는 원하는 사진을 쉽게 찾는다. 처음 인스타그램 모바일 버전은 이미지 특성을 살리지 못한 리스트 방식이었다. 작은 이미지가 아이콘 형태로 노출되는 현재의 그리드 방식 역시 인스타미팅에서 나왔다.

인스타미팅에 참석하는 이용자는 그만큼 서비스 경험도 많고 애정도 높다. 그들을 한 곳에서 다수 만날 수 있는 인스타미팅은 인스타그램 혁신의 원천이다. 때문에 인스타그램 직원은 여행을 하거나, 출장 중일 때 방문 도시의 인스타미팅을 확인하고 적극 참여한다. 행사 참여 후에는 본사 개발팀에 이용자 피드백을 즉시 전한다.

인스타미팅이 고객 관계 강화를 넘어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지지만 인스타그램은 행사를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는다. 이용자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처음의 모습을 유지한다. 회사가 하는 일은 공식 블로그에서 좀 더 쉽게 모임을 만들 게 돕고 만들어진 모임을 알리는 정도다. 이용자는 인스타그램 블로그에서 인근에서 열리는 모임을 확인하고, 원하는 지역에서 모임을 시작한다. 인스타미팅에 특별한 규칙은 없다. 공원이나 레스토랑 등 편안한 장소에 모인다. 인원도 작게는 서너 명에 1000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 인스타미팅은 세계 1500여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이용자의 자율성을 보장한 인스타미팅은 `포토워크(Photo Walk)`로 발전했다. 스스로 모임의 재미를 고민한 결과다. 포토워크는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한 장소에 모여 함께 걸으며 주변 사진을 찍는 행사다. 참석자들이 걷고 싶은 거리를 지정해 해당 장소 내에서 각자 사진을 찍고 원하는 필터를 입힌 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국내에서도 인스타그램 사용자와 창립 멤버 조쉬 리델이 참가한 포토워크가 진행됐다.

인스타그램은 서비스 성격상 커뮤니티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용자가 사진 공유 앱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진으로 지인에게 안부를 전하고 모르는 사람들과도 공감대를 형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는 나누기 위한 대상이 필요하며, 결국 크기에 관계없이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지난 4월,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열린 인스타미팅에서 한 이용자는 이렇게 얘기했다. “처음에는 이런 모임이 이상하고, 부담스럽다고 느꼈다. 하지만 사진으로만 알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세계를 알게 된 후부터 그들의 이미지에 더욱 큰 감사함과 공감대를 느꼈다. 인스타미팅과 참석자들은 내게 끝없는 영감을 준다.” 이용자가 영감을 주고받는 매개체로 발전한 인스타미팅은 인스타그램의 혁신 엔진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