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형 소프트웨어-시스템온칩(SW-SoC) 융합 플랫폼을 구축하면 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산업이 취약한 한국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유현규 전자통신연구원(ETRI) SW-SoC 융합본부장은 취약한 SoC 산업을 지탱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성과물을 집적한 플랫폼을 구축하자고 주장했다. 검증된 설계자산(IP)을 공유할 수 있다면 중소기업들이 개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대만·중국 등 SoC 산업계는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설계·제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은 대부분 칩 제작을 해외 파운드리에 의존하고 있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파운드리가 제공하지 않는 개별 IP를 중소기업들이 일일이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동안 시스템반도체 업계는 직접 설계 인력을 뽑아 IP를 개발하거나 인수합병(M&A)으로 IP를 갖는 것 외에는 별 대안이 없었다.
유 본부장은 “약 170여개 SoC 회사와 200여개 임베디드 SW 업체가 있지만 생존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서 신생 기업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IP를 일일이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라고 말했다.
또 시스템이 복잡화, 고도화 되면서 고객사의 요구를 SW로 해결하는 일이 빈번해졌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인력과 업체가 턱없이 부족하다. IP·SW 기술을 플랫폼에 한데 모으면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책 과제가 바뀔 필요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과제를 맡은 회사별, 책임자별로 IP를 소유하고 각각 활용처를 찾기보다는 플랫폼 내에서 공동 개발, 공동 활용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일종의 IP은행을 만들어 등록시키고 플랫폼과 연계해 함께 응용 방안을 찾는다. 그 안에서 좋은 IP를 서로 거래하면서 결과적으로 세트 업체가 요구하는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과거 우리는 집단 문화 때문에 시스템 반도체에 취약할 것이라는 평이 있었다”며 “집단 문화가 바뀌는데 수십년이 걸렸는데, 이제는 또 중국 업체들이 따라오는 시점”이라며 시스템 반도체 업계와 국가 지원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