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 전국노래자랑 MC 송해 씨의 기업은행 광고 멘트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를 꼽으라면 기업 은행 광고다. 기업 금융이라는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평가다. 그런데 이 광고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게 조준희 기업은행장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주위 반대도 무척이나 심했다고 한다. 심지어 광고업계에 몸담은 딸까지 반대했다고 하니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게다.
기업은행의 또 다른 변화를 꼽으라면 바로 `원 샷` 인사다. 과거 기업은행이 시도할 수조차 없었던 개혁에 가까운 인사 체계인데, 능력과 실력이 있는 사람을 먼저 중용하는 게 원칙이다. 끼가 있는 많은 이들이 발탁 됐다. 물론 내부 반발도 만만찮았다. 행장에게 권력이 쏠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마도 기업은행을 속속들이 잘 아는 인물이 경영 일선에 나섰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조준희 행장의 업적을 포장하려는 게 아니다. 한때 낙하산 인사 표본으로 불렸던 기업은행에 내부인사가 발탁이 됐고, 1호가 조준희 행장이다. 우려도 많았지만 조 행장의 평가는 A+이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최근 차기 은행장으로 정부 낙하산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과거로 회귀다. 기업은행은 단순한 민간 은행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과 호흡을 함께한 금융기관으로 반역사를 해왔다.
기재부 인사의 하마평이 무성하고, 내부 조직은 또 흔들리고 있다. 기업은행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우리나라 대표 서민은행, 기업전문 금융기관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낙하산 악순환의 고리부터 정부가 먼저 끊길 제안한다.
자리만 꿰차고 몇년 시늉만 내다 가는 철새 행장은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 그동안 추진했던 기업은행의 많은 개혁 정책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낙하산 행장과 측근으로 채워지는 기업은행이라면, 기업의 동반자가 될 수 없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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