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창조경제를 실현하는 금융 프로젝트

2014년 창조경제 모멘텀이 금융시장으로 번지는 원년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잔혹사`였다. 4대 금융지주 회장의 몰락과 동양 부실사태, 8분기 연속 0%대 성장.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상 최대의 고객 정보 유출 사태까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한국 경제가 서서히 살아남 조짐을 보이며,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해외 수출은 되살아나고 여러 경제지표도 좋아지고 있다. 창조경제의 모멘텀이 금융으로 전이되면서 벤처·중소기업 투자도 늘고 있다. 심지어 2014년 히든 산업으로 금융업을 꼽는 경제전문가들의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금융시장의 아젠다를 던져본다.

◇새로운 경쟁 국면 진입

올해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는 `계좌이동제` 도입이다. 계좌이동제란 고객이 신규 계좌를 개설한 은행에 자동이체 연결을 신청하면 해당 은행에서 기존 계좌의 자동이체 해지 건까지 알아서 처리하는 제조다. 계좌 이동제 도입은 단순히 금융소비자 편의 제공을 넘는 `생존권`이 달려있는 문제다.

금융사간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경쟁 제한 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최근 EU와 호주, 영국에서 계좌 이동제를 도입한 바 있다. 계좌이동제가 도입되면 은행권은 그야말로 완전 경쟁 시대로 진입한다. 계좌 이동제 도입 시 금리, 수수료 등 가격 변구의 무차별 경쟁이 촉발되기 때문이다. 수시입출식 예금계좌에 대한 인식이 자연 독점적 저원가성 상품에서 원가성 상품으로 전환된다.

2014년은 금융 한류 시대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2000년대 이후 다양한 금융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금융산업은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내수 사업에만 머물러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후발주자인 한국이 해외 금융 산업 진출의 호기를 맞이했다. 그동안 한국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은 양적 성장은 이뤘지만 현지 성장에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올해 정부와 금융공기업 동반 협력 사업이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의 성장전략이 정부주도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거래소와 예탁원, 증권금융 등 금융제도와 인프라 수출도 확대될 전망이다.

◇컨버전스

올해 금융 산업은 융·복합화가 산업의 트렌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른바 컨버전스 시대의 개막이다. 단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형태로는 고객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금융사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형 컨버전스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별도 부서를 만들고, 전문 인력을 대거 충원하는 등 2014년 경영전략으로 컨버전스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이는 금융 계열사별 복합 상품 개발과 시너지 비즈니스로 발현된다.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여러 금융업에 참여해 경영 리스크를 분산하고, 금융업종간 제휴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비은행 회사의 은행업 관련 서비스 진출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면에는 우편 시스템의 몰락, 클라우드의 진화, 새로운 화폐의 등장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 금융업종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올해 금융 상품도 하이브리드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 기조와 증시 변동성 등으로 단일 상품보다는 ELD 등 하이브리드 형 예금이나 보험 연계 상품 등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또한 모바일, 스마트 기술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를 접목한 스마트 금융의 확산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빅데이터

최근 빅데이터 개념이 금융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2012년 세계경제포럼에서 국제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중요 기술중 하나로 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IT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불린다. 전 세계 빅데이터 시장이 연간 30%씩 확대돼 2017년에는 약 534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금융 사업에서도 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도전과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업은 타 산업 대비 빅데이터 정보가 많고, 이를 활용한 여러 부가사업을 벌일 수 있다. 또 이를 SNS와 연계해 고객 성향과 서비스를 연계할 수도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JP모건이 방대한 양의 고객 신용카드 정보와 재무정보를 통합해 새로운 소비트렌드를 발굴, 판매를 시작했다. 아멕스 카드도 위치기반 소셜미디어 정보를 활용해 고객별 맞춤형 마케팅을 선보였다.

국내 또한 예외는 아니다. IBK기업은행이 소셜미디어 데이터로 고객감성분석을 실시해 평판관리 툴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 등도 빅데이터 사업에 전사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서민금융 시대 원년

올해 창조경제의 모멘텀은 서민금융에서 발현된다. 박근혜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소비자 보호`가 꼽힌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서민금융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금융회사도 점차 금융소비자를 동반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은퇴자 등 금융취약계층에 대해 자산관리 등 재무 서비스뿐만 아니라 여가, 의료,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하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나서지 않는 금융사는 여러 규제를 받게 된다. 7년만에 개편된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은 올해 정착단계에 접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동양사태로 건전성 감독이 대폭 강화되면서 금융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서민들의 자금지원, 신용회복, 채무 조정 등도 보다 세밀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정책서민금융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출현하면서 상품간 지원대상자 중첩, 지원소외계층 발생 등 비효율적 문제는 해결 과제다.

정부는 올해 모든 정책서민금융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기구를 설립할 예정이다. 서민에 대한 공정금융지원 강화와 함께 금융기관의 역할도 재정립 될 가능성이 높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