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이러닝업계 "이러닝 콘텐츠 제값받기 이뤄져야"

[정보통신 미래모임]이러닝업계 "이러닝 콘텐츠 제값받기 이뤄져야"

12월 미래모임에 참석한 패널들은 우리나라 이러닝 시장 개선 요구를 쏟아냈다. `지나치게 싼 가격의 콘텐츠` `폐쇄적 제도` 등을 최우선적으로 고쳐야 할 문제로 꼽았다.

[정보통신 미래모임]이러닝업계 "이러닝 콘텐츠 제값받기 이뤄져야"

정현경 중앙ICS 대표는 이러닝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가격`을 꼽았다. 정 대표는 “창조경제의 화두가 소프트웨어(SW)의 육성이며 세부 항목 중에 제값 주기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이러닝 콘텐츠는 제작 단가의 50% 이하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과거 우리나라 이러닝 콘텐츠 수준이 해외에 비해 높았지만 산업은 크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7년 전 우리나라 이러닝 콘텐츠를 보고 각국에서 굉장히 화려하다며 감탄했다”며 “그 당시 많은 사람이 이러닝 콘텐츠를 잘만 키우면 수출 품목이 되겠다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이유로 콘텐츠가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돈을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러닝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IT개발자, 성우, 애니메이터, 교수 등 많은 이가 필요하며 그만큼 돈이 들어간다”며 “정부 지원 예산은 너무 빈약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러닝 콘텐츠가 정당한 가격을 받지 못하는 구조를 낳는 데 일조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정보통신 미래모임]이러닝업계 "이러닝 콘텐츠 제값받기 이뤄져야"

이형세 한국이러닝산업협회장은 공공기관의 무료 이러닝 서비스가 대표적 `발목잡기` 사례라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이 무료로 이러닝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기 있는 교육 과정이 생기면 교육청이나 공공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이 과정을 만들어 무료로 풀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 가격 문제를 정부에만 탓할 일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이 무료 콘텐츠를 뿌리는 것은 콘텐츠 시장을 왜곡시키는 일이 되기도 한다”며 “열심히 만든 콘텐츠는 그 대가를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와 더불어 이러닝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가 많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에서 이러닝 산업 정책을 조금씩 맡고 있는데 여러 군데 걸쳐 있다 보니 신경써주는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해 매출 100억원을 넘긴 이러닝 기업은 손에 꼽힐 정도라며 열악한 시장구조를 질타했다. 일단 정부가 산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준 후 기업끼리 경쟁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 미래모임]이러닝업계 "이러닝 콘텐츠 제값받기 이뤄져야"

송기호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이러닝 팀장은 `제값`을 산정하는 일을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단, 가격을 산정하는 작업 자체가 기준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송 팀장은 “정부도 더 이상 미룰 것이 아니라 이러닝 콘텐츠 가격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됐다”며 “이러닝 업계가 가격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콘텐츠는 복합 생산물이기 때문에 대가 산정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소프트웨어는 기술 인력의 노임 단가 등으로 개발비 산정을 할 수 있지만 이러닝 콘텐츠는 콘텐츠 자체 가치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의 문제와 더불어 동영상, 애니메이션 등 창작 요소의 가치 등 현실적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객관적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 팀장은 이러닝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가격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닝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이러닝 콘텐츠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고려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이러닝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곽덕훈 시공사 부회장은 과거 EBS 사장 때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방송사가 방송 콘텐츠 저작권을 다 갖는 구조에서 곽 대표는 독립제작사를 위해 저작권을 공유 체제로 변경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독립제작사가 찍어온 방송 콘텐츠의 권한을 EBS가 다 쥐고 있었지만 방송사 최초로 저작권을 공유체제로 바꾸니 독립 제작사도 더욱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었다”며 “CEO가 조금만 생각을 다르게 하면 해결될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곽 부회장은 이러닝 업계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이러닝 업계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라며 “정부는 한쪽만 보지 말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