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17조원 이상 잡혔지만 이 가운데 문화기술(CT) 예산은 전체 R&D 예산의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콘텐츠 융합이 정부 핵심과제로 떠올랐지만 정작 CT 개발과제는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25일 정부 새해 예산안을 살펴보면 CT R&D 예산은 384억원으로, 전체 R&D 예산 17조5000억원 대비 0.33%에 불과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의 CT R&D 예산이 올해 81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2%가량이 삭감됐다.
CT란 문화와 과학기술을 융합한 것으로, 문화콘텐츠를 과학과 결합시켜 미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다. 올해 개봉한 3D영화 `미스터 고` 제작과 영화 `도둑들`에는 CT 예산으로 개발된 기술이 투입됐다. 인공무지개 기술도 CT 예산으로 만들어졌다.
또 새해부터 3년간 2차 `문화기술기본계획`에 따라 스포츠산업과 관광, 저작권 분야 등에 CT 예산이 본격 투입될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순수 문화에 대한 투자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문화부 R&D 예산이 큰 폭 줄어든 데는 디지털콘텐츠 R&D 업무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되면서 관련 R&D 문화부 예산 505억원가량도 함께 미래부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문화부 측은 이에 대해 “미래부 설립과 함께 이관된 505억원가량을 제외하면 문화부가 집행한 실질 예산은 312억원에 불과했다”며 “속을 따져보면 새해 예산은 오히려 23.2%가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화콘텐츠업계 전문가들은 CT 예산이 국가 R&D 예산의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박광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은 “일본 ATR, 독일 ZKM, 프랑스 IRCAM, 영국 3C연구소 등 해외 각국이 국가차원 연구기관을 설립해 CT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데 반해 우리는 적은 예산 문제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콘텐츠 산업은 물론이고 가전과 국방, 의료 등에서 콘텐츠와 IT, 과학의 결합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예산투자는 지지부진하다”며 “미래를 내다본 창의적인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육성하기 위해선 정부 예산 투입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 원내지도부는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국가정보원 개혁법안을 처리하기로 25일 전격 합의했다.
국가 및 문화체육관광부 R&D 예산
자료:문화체육관광부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