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바닥까지 추락한 후 300∼400년 후에야 다시 일어설지 모른다”
월스트리트 투자 귀재 짐 로저스는 21세기를 아시아의 시대라 정의했다.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설립해 10년간 4200%란 경이적 수익률을 기록한 짐 로저스는 `현장형 투자가`다. 책상에 앉아있기 보다 직접 몸으로 부딪쳐 시장을 이해하길 바랐다.
37세가 되기 전 은퇴해 교육가·평론가로 활동하며 세계를 돌아다녔다. 심지어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겼고 러시아부터 아시아에 이르는 시장 밑바닥을 철저히 훑은 로저스의 투자는 매우 현실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세계 경제의 메가 트렌드를 주목하라`는 그의 생생한 혜안으로 본 미래 전망과 분석을 담고 있다. 오랜 금융 경력에서 쌓은 노련함과 투자 경험, 발로 뛴 모험으로 얻은 통찰력에 현재 상황을 버무린다.
책에서 그는 결국 아시아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미국·유럽연합(EU)이 쇠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신랄하게 내놓는다. 미래 경제는 농업이 주도하고 식품·에너지·상품·소모품을 만드는 이가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지금 존재하는 많은 것은 사라진다. 박물관, 대형병원, 오래된 기업과 국가도 없어질 수 있다. 큰 지각변동이 위험하게 보이지만 새로운 기회도 준다. 로저스는 아시아가 이 기회를 잡아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 금융 시장의 붕괴 이유는 연준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행크 폴슨 3인방에서 찾았다. 그린스펀이 임기 중인 1998년에 시장을 스스로 움직이게 내버려뒀다면 닷컴 거품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것이 로저스의 생각이다. 거품이 붕괴하자 그린스펀이 찍어낸 돈 때문에 주택·소비 거품이 발생했고 `예스맨(Yes Man)` 버냉키를 발굴해냈다고 날을 세운다. 행크 폴슨은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시절 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게걸스럽게 배를 채우고 이어 버냉키가 만들어 낸 재난에 미국은 침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미국과 유럽의 몰락을 예견한다. 이 과정을 역사에 비추인다. 과거 몰락한 제국은 항상 과도한 확장을 시도했고 실패했다. 로마제국, 영국, 스페인이 그랬다. 세계 초강대국이었던 영국이 1차 세계대전 후 경쟁력을 잃고 1976년 국채 매각에 실패하면서 IMF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영국 몰락 후 미국도 같은 쇠퇴의 길을 뒤따라 걷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정부의 외환 통제가 가진 문제도 꼬집는다. 외환 통제가 비효율적 자본배분을 유도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제약을 받은 자본은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 결국 부동산 거품이 되고 파산으로 이르는 지름길을 만든다. 로저스는 미국 정부가 바로 이런 외환 통제를 위해 미국인 외환 거래를 중단하고 몰락을 재촉해 재앙에 이르게 할 것이라 내다본다. 추락하는 미국이 언젠가 먼 미래에 일어설 수도 있을 것이란 수백 년 후 전망도 덧붙였다.
양적완화가 2015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며 중국 경제에 대한 희망을 끈을 놓지 말라고 하는 그의 투자 새해 투자 팁에는 귀가 솔깃해진다. 설탕·천연가스·비금속 투자를 권유하며 몇 가지 좋은 종목에 투자를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짐 로저스 지음. 이건 옮김. 이레미디어 펴냄. 1만6500원.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