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도 산업 분야 1순위 정책으로 꼽혔던 화두다. 하지만 토목·건설로 통칭될 정도로 편향적인 산업 정책에 밀려 `무늬만 융합`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맞이한 창조경제 1년차 역시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융합 분야 대표부처로 꼽혔던 옛 지식경제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간판을 바꿔달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아우르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됐지만 새로운 융합 청사진을 논의하는데 1년을 보내야 했다.
각계 전문가들은 창조경제 2년차를 맞아 “말로만 융합을 외치지 말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긴 미래를 내다보고 계단식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심재철 의원(새누리당·국회 스마트컨버전스연구회 대표의원)은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면서 종합·지속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며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 의원은 “ICT 창조융합산업 육성과 활성화로 200만개 이상 일자리를 만들고, 1000조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 워크·교육·의료·시티·콘텐츠·농업 등 신성장산업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요성에도 현 정부의 융합 정책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종배 한세대 교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부처 기능만 바뀌었을 뿐 융합과 시너지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미흡했다”며 “말로만 `융합`과 `창조경제`를 외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예산 편성과 집행에 관해서도 문제점을 들었다. 그는 “기존 사업예산을 토대로 더하고 빼기를 하니 새로운 융합 사업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관계 부처가 오로지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출발해 새로운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교빈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신산업총괄 MD는 이제 `액션플랜`을 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고령화 사회` `지식서비스` 등 다양한 기회가 열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아직 말만 무성하다는 지적이다. 임 MD는 정부가 본격적인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빨리빨리식` 사업 전개는 지양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임 MD는 “과거 우리 산업이 `패스트 팔로어`였던 시절에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 추격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필요성은 있지만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는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며 조급증을 우려했다. 단기적인 시각에 사로잡히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원천 기술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융합 산업 발전을 구체화하는 노력을 강화하되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심 의원은 “융합 산업 육성에 힘을 모아 일자리 창출과 대규모 생산을 유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국가 발전을 위한 핵심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