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병역특례제도까지 소외된 게임·SW 산업

게임과 소프트웨어(SW) 산업 종사자들은 요즘 한겨울 추위에 떤다. 게임업체들은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정부 발 엉뚱한 규제 한파에 시달린다. 소프트웨어진흥법에 기대를 걸었던 SW업체들은 공공 SW 발주가 얼어붙으면서 실적 악화에 운다. 이달 초 또 다른 한파가 밀어닥쳤다. 산업기능요원제도, 이른바 병역특례제도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신화수 칼럼]병역특례제도까지 소외된 게임·SW 산업

병무청은 2014년 산업기능요원 인원을 모두 마이스터고, 특성화고에서 충원키로 했다. 대학생을 완전 배제한 것은 처음이다. 이 제도에 맞춰 준비한 대학생도, 인력 운용 계획을 짠 게임·SW 업체도 날벼락을 맞았다.

산업기능요원제도는 군의 남는 인적 자원을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쓰자는 대체 복무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를 일부 상류층 자제와 연예인이 악용해 사회문제가 됐다. 일부 IT 업체도 그랬다. 제도 페지론이 들끓었다. 정부도 폐지하려다 고졸 취업 활성화 차원에서 당분간 운영하기로 했다. 그런데 대학생까지 완전히 배제될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병무청 설명에 따르면 고졸 산업기능요원 채용 비중을 늘려왔는데 올해 필요 인력을 초과해 대학생을 할당할 수 없었다. 또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학생도 산학연계 과정 취업자만 해당한다. 고졸 취업 활성화 취지에 따른 대학생 비중 축소 자체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아예 배정하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고졸 병역특례자가 제조업체에서 대체 복무하는 것엔 별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게임과 SW업체에선 쉽지 않다. 창의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어느 정도 관련 지식이 있는 대졸자와 달리 고졸자엔 기초부터 가르쳐야 한다. 업무에 익숙할 때 쯤 특례 기간이 끝난다. 업체로선 도움보다 부담이다.

무엇보다 게임·SW업체는 이 제도 없이 데려올 수 없는 고급 인력을 잠깐이나마 쓸 수 있다. 직원 몇 명 안 되는 중소 업체가 어떻게 카이스트, 포항공대, 서울대생을 쓸 수 있겠는가. 마냥 크고 잘나가는 기업만 찾던 대학생도 병역특례 기간 중소기업의 가능성을 새삼 확인하거나 진로를 바꾸기도 한다. 게임 분야가 그랬다. 김정주, 김범수, 김택진 등 게임 벤처 1세대 모두 병역특례자다. 대체 복무를 하면서 게임 산업 가능성에 눈을 뜬 이들이 오늘날 산업을 이렇게 일으켜 세웠다.

이런 반론도 있다. “게임과 SW업체도 더 이상 공짜로 고급 인력을 쓸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대우해 병역특례가 없어도 고급인력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릇된 지적은 아니나 현실을 모르는 얘기다.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에 해당한 얘기일 뿐 중소기업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중소기업도 스스로 고급 인력 투자를 할 정도로 산업 생태계와 사회 인식이 성숙할 때까지 이 제도는 존속할 가치가 있다.

가뜩이나 요즘 대학생들이 SW 분야를 기피한다. 의대에 합격하고도 SW학과에 진학하는 일은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병역특례제도는 대학가에 만연한 SW 기피 풍조를 그나마 저지할 수단이다.

병역특례제도뿐만 아니다. 여러 정부 정책을 보면 많은 순기능보다 작은 역기능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부작용이 생기면 최소화할 방안을 찾기는커녕 순기능마저 없애는 쪽으로 가기 일쑤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짓을 끊임없이 한다.

겉으론 게임과 SW를 창조경제 핵심 산업으로 육성한다고 하면서 나오는 것은 산업을 죽이는 규제뿐이다. 산업계는 병역특례로 똑똑한 대학생 한 명 데려오지 못하는 것보다 정부 정책의 이런 이중성에 더 큰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평등한 한겨울 추위도 게임·SW업체 종사자에겐 더 살갗을 에는 듯하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