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말, 특히 파란 말(靑馬)의 해다. 말은 역동·성공·건강·강인함·승승장구·부의 축적을 상징한다. 말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일수록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는 세계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고 최대 수출 최대 흑자를 기록해 세계 수출 순위 7위라는 새로운 금자탑을 세웠다. 수출이 전년 대비 2.6% 증가한 5620억달러를 기록한 반면에 수입은 0.3% 감소한 5180억달러로 44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가 추산된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휴대폰 신상품(스마트폰) 출시가 봇물을 이루는 등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이 전년도 부진에서 탈피해 전체 수출을 끌어올렸다. 모두가 수출 일선과 생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며 흘린 기업인의 땀방울 덕분이다.
새해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유럽 경기 회복과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양적완호 축소 영향 최소화라는 전제 조건이 달리긴 했지만 세계 경제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해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교역물량 증가로 대외 수출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수출과 수입이 각각 지난해보다 6.4%와 9.1% 증가한 5980억달러와 56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회복 기미를 보인 경제성장의 불씨를 잘 살려 선진국으로 도약할지, 아니면 불안요소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체에 빠질지를 가르는 중대 기로에 섰다.
창조경제 구현을 핵심 어젠다로 내건 박근혜정부는 출범 2년째를 맞는다. 지난 한 해가 창조경제 개념을 정립하는 시기였다면 이제 구체적인 실현을 위한 시스템 확립과 거대 프로젝트 발굴 작업을 본격화할 시기다. 창조경제민관협의회를 창조경제 민관 단일 협력창구이자 최고 협의기구로 확대·개편하고 민관협력 과제를 실행할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도 설치한다. 온라인에 이은 오프라인 창조경제타운 조성으로 국민의 창조경제 아이디어를 실현할 기회가 늘어났다. 기술과 아이디어에 자금을 공급할 실질적인 기술평가 인프라도 갖출 예정이다.
박근혜정부는 어느 정부 못지않게 친 중소기업 정책을 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창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실패한 경험을 자산으로 활용해 재기할 수 있는 벤처 패자부활제도를 시행하고 창업 걸림돌로 지적된 창업자 연대보증제도도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필요한 것은 자생력이다. 외부 지원을 넘어 자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세수 부족과 복지수요 증가로 중소기업 재정 투입은 머지않아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중소기업 보호정책은 중소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당장 얼마간은 매출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지속가능성이 없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쌓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저출산 고령화와 저성장기조가 구조화한 내수시장만 고집한다면 중소기업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넓어진 세계 경제 영토를 지혜롭게 활용할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무조건적인 대기업 옥죄기도 지양해야 한다. 대기업은 나름대로 역할이 있다. 표면적인 기준에 맞춰 중소기업 영역과 대기업 영역을 가르는 것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자 역할에 맞게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 중이다. 국가 R&D사업 선도형 연구 분야에 복수 연구자를 참여시켜 중간평가 후 일부를 탈락시키는 경쟁기획제도를 도입하는 등 선진기법을 선보였다. 또 연구비 사용 제한 기준을 완화해 연구원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중이다. 연구자도 자율성이 보장된 만큼 윤리적 책임을 갖고 연구에 임해야 한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전통산업에 접목해 새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것이 창조경제라면 그 핵심에 원천기술과 창의적인 R&D가 있다. 첨단 신기술을 향한 10년 이상의 집념과 노력을 인정해주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와 민간이 통찰력을 발휘하고 파란 말처럼 역동적으로 활동함으로써 불확실한 미래를 관통할 새 먹거리를 발굴하는 희망찬 한 해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