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여년간 미국 정보화 혁신을 이끈 실리콘밸리의 고립된 문화와 공간, 낮은 삶의 질에 대한 대안으로 높은 접근성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실리콘시티`가 새롭게 주목받는다. 실리콘시티는 새로운 혁신 지구를 일컫는 말로 이미 많은 기업이 새로운 혁신 거점 찾기에 나섰다.

1일 브루스 카츠 브루킹연구소 대도시정책프로그램 이사는 `링크드인 인플루언서`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혁신 지구에도 변화의 바람에 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링크드인 인플루언서는 링크드인이 세계 300명 이상 오피니언 리더의 통찰력을 공유하기 위해 2012년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카츠 이사는 최근 들어 실리콘밸리와는 다른 새로운 혁신 지구가 주목받고 있으며 올해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그가 말하는 혁신 지구는 첨단 기술을 갖춘 회사와 공공기관,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복합용도 주택, 사무실, 소매점, 각종 편의 시설이 자리한다.
애틀랜타와 캠브리지,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가 대표적이다. 최근엔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주도 눈에 띈다. 유수한 연구 중심 대학과 의료 단지, 기술 기업이 활동한다. 지역 사회와 상업 규모가 동시에 성장한다. 라스베이거스는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불릴 정도이며 벤처 투자가 매년 증가한다.
일부 기업은 오래된 산업 지구로 활용도가 낮은 보스턴과 시애틀을 주목한다. 교통에 따라 재개발이 진행되는 곳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처럼 전통적인 도시 인접 과학지구를 선호하는 기업도 많다. 여러 회사가 인접해 협업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는 스스로 새로운 혁신 지구을 건설한 대표적 사례다. 자포스는 몇 해 전 네바다주 헨더슨에서 라스베이거스 프레몬트 동부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단순한 이전에 그치지 않고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통해 프레몬트를 협업과 공유의 공동체로 만들었다. 창의적 인재와 스타트업이 몰려들 수 있도록 다양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카츠 이사는 인구와 경제, 문화의 근본적 변화가 기업과 사람의 선호를 바꾸는 것이 실리콘시티 출현의 근본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이와 부부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 형태는 미국 전체 가정의 20%밖에 되지 않는다. 1979년대의 40%에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젊은 세대 1~2명으로 구성된 가구가 많다는 얘기다. 이 같은 변화는 특히 지식 집약적 산업에서 거세게 분다. 젊은 전문가는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긴다. 레스토랑과 소매점, 문화 교육 시설을 비롯한 편의시설에 얼마나 인접했는지가 삶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다. 일과 문화, 휴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
카츠 이사는 “혁신 지구의 증가는 일과 삶의 구조적인 변화를 대변한다”며 “경쟁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소로 역동적인 `혁신과 모방과 개선`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