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 쇼핑몰 1·2위를 다투는 알리바바와 타오바오 본사는 항저우에 위치해 있다. 항저우의 전자상거래 기업은 지난 2012년 기준 2205개사에 달한다. 숫자만 보면 세계 3위이고, 중국내에서는 1위다. 물류 인프라를 등에 업고 온라인 쇼핑 붐이 일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공장(팹)이 있는 장쑤성 우시가 아닌 충칭에 반도체 패키지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전자 역시 최첨단 반도체 팹을 산시성 시안(西安)에 진출시켰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중국 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청두, 선양 등지의 5개 판매 법인을 베이징으로 통합했다. LG전자 역시 상하이 등에는 개별 지역 영업부와 최소한의 인력만 두고 베이징에서 마케팅을 총괄한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상하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 처음 자리를 잡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굳이 상하이를 거치지 않고 중국 내수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추세다.
◇굴뚝 없는 산업이 유리
국내 반도체 팹리스인 실리콘마이터스는 지난해 상하이에 지사를 새로 설립했다. 팹은 외주생산(파운드리)을 이용하기 때문에 영업과 설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무실만 갖추면 된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사장은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거점으로 영업 지사를 둔 것”이라며 “교통이 편리하지만 인건비 등을 고려해 최소 인원을 뒀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고물가 도시인 뉴욕·런던은 금융·서비스업의 중심지가 된지 오래다. 상하이와 창장삼각주 역시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한 `10대 중점 사업`에 따라 산업 구조조정 강화, 토지 집약적 활용 능력 제고, 교육·문화·위생 등 사회 사업에 집중 투자해 온 결과다.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항저우는 지난 2009년부터 중국 내 애니메이션 제작 편수 기준 1위를 고수해왔다. 지난 2010년 말 기준 문화 창의 관련 산업 인구만 28만6000명에 달했다. 고도(古都)라는 점을 활용해 여행 산업도 매년 약 15%씩 성장하고 있다.
항저우시가 목표로 하는 문화 창의·콘텐츠 판매 수입은 오는 2015년 2600억위안(약 44조8968억원)에 달한다. 지금과 같이 매년 20% 이상 신장세를 보인다면 가능하다. 여행·레저 산업도 2000억위안(약 34조5360억원)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항저우 지역 3대 대기업은 항저우강철그룹, 완시양그룹, 항저우와하하그룹 등 제철·자동차·식음료 업체였지만 오는 2015년이면 문화·온라인 산업이 전통 제조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지표로도 나타난다. 지난 2012년 항저우의 대외교역 규모는 전년 대비 3.6% 하락했다. 수출·수입이 동시에 감소하고 있다. 방직물, 의류, 타이어 등 전통 제조업 수출이 급감한 탓이다.
상하이(중국)=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