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이동통신시장에서 긴 부진을 털어내고 두 달 연속 가입자 증가를 기록했다. 증가폭은 크지 않지만 지난해 내내 지속됐던 가입자 감소세에서 벗어나 본격 반격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계속 가입자가 줄고 있는 SK텔레콤도 대응에 나설 움직임이어서 새해 벽두부터 이통 시장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알뜰폰(MVNO)을 제외한 순수 KT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1529만6000여명으로, 전월 1527만9000여명에 비해 1만6000명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초 1592만명을 기록한 이후로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었지만 10월 말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두 달 연속 소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KT의 반등은 지난 10월 초 당시 CEO였던 이석채 전 회장의 `비상경영` 선언 이후부터 시작됐다. 이 전 회장은 “현재 무선서비스 가입자 수가 계속 순감하고 유선가입자도 급감하는 추세”라며 영업실적 극대화를 위한 `전시(戰時) 체제`를 주문한 바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물러났지만, 당시 구축했던 비상경영체제가 가입자 유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경쟁사는 KT의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가입자가 계속 줄어든 SK텔레콤은 “과열 보조금 위주의 경쟁을 지양하고 장기가입자 혜택을 높이는 기존 방침을 고수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보조금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인 1064억원의 과징금 제재를 부과했음에도 불구, 지난 주말 사흘(12월 28~30일) 동안 번호이동 건수가 하루 평균 3만1000건을 넘어서는 와중에 SK텔레콤은 2만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통신사 관계자는 “SK텔레콤으로선 아무리 보조금 경쟁을 지양해도 `가입자 점유율 50%`에 대해선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라며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가입자 순증을 지속하고 있는 LG유플러스도 KT를 주시하고 있다. 모객에 탄력이 붙은 KT가오는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황창규 신임 회장이 결정되면 더욱 공격적인 영업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직접 경쟁관계인 기업의 새 CEO의 행보에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새해 초부터 통신 3사가 물고 물리는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전에 나서면서 시장경쟁은 한층 과열될 조짐이다.
2일 발표한 3사 CEO 신년사에서도 이동통신 분야 경쟁력 강화 주문이 쏟아져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이동통신사업(MNO) 핵심 경쟁력 강화`를 첫 번째 경영방침으로 꼽으며 “마케팅과 네트워크 운영 인프라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네 가지 과제` 중 첫 번째로 `주파수 경쟁 우위를 활용한 모바일 시장 주도권 확보`를 꼽았다.
황창규 KT 신임 회장 내정자는 아직 CEO 신분이 아니어서 별도의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황 내정자는 2일 우면동 집무실로 출근해 업무 보고 등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통 3사 가입자 추이(단위:1000명)
자료:업계 취합. MVNO 가입자 제외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