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계를 겨눈 중국 IT기업의 `파격`

`개발자가 100% 가져가세요!`

중국 스마트폰 기업 메이주(Meizu)가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내건 슬로건이다. 자체 앱스토어에 앱을 올린 개발사에게 수익 전부를 준다는 파격적 제안이다. 장터를 세웠다는 명분으로 매출 30%를 떼어가는 구글과 애플에 불만을 느끼는 모바일 앱 개발자라면 솔깃하기 마련이다. 메이주는 아직 세계 시장에서 생소하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꽤 잘 팔리는 스마트폰 업체다.

[기자수첩]세계를 겨눈 중국 IT기업의 `파격`

수익을 전부 줘서 개발자를 단시간에 모아 콘텐츠를 늘리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메이주 전략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새해 벽두 다수의 미국 외신은 생소한 업체의 파격 조치를 잇따라 보도했다. 더욱이 호평 일색이다. 모바일 전문 매체 인투모바일은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메이주의 대담한 발걸음에 매우 기쁘다”며 개발자가 바로 접속 가능한 링크까지 게재했다.

메이주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개발킷(SDK)은 이미 구글보다 낫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인투모바일은 “메이주의 SDK는 단순히 개발자가 앱을 개발하는데 쓰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까지 준다”고 평가했다.

메이주는 곧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전시회에 참가한다. 앱 수익을 개발자에게 다 주면서 적지 않은 전시회 참가비까지 쓰는 메이주의 행보가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지만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는 파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시진핑 정부의 글로벌 전략에 힘입은 중국 IT기업의 세계 진출은 지난해부터 시동을 걸었다. 두각을 보인 기업의 공통점은 메이주 같은 `다른 접근법` 이다. 해외로 눈을 돌린 텐센트, 바이두, 웨이보 등 대부분 인터넷 기업도 중국판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스타트업 문화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전략에 창의성을 입히는 과정이다.

미국 외신은 이미 위챗이 왓츠앱·인스타그램·페이스북과 페이팔의 주요 서비스를 갖추고 게임 서비스까지 더한 모델이 왓츠앱의 글로벌 전략과 비교된다며 주목하고 있다. 스스로 약점을 간파하고 내거는 새 전략은 중국 기업의 세계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략에도 창의가 필요하다면 이미 한국 기업의 그것이 빛을 바래지는 않았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