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 R&D 투명성 높이되 인센티브도 있어야

국가 연구개발(R&D)은 미래 기술 산업을 만드는 국책 사업이다. 연간 16조원 규모다. 국민 세금인 만큼 허투로 쓸 수 없다. 그런데 집행 과정에서 그간 잡음이 적지 않았다. 정한 절차를 밟지 않는 경우는 물론이고 연구비 횡령과 같은 부정도 있었다. 관계 부처 감시와 통제에도 불구하고 규정을 교묘히 피해간 행위도 여전하다.

이에 정부는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라는 R&D 통합 포털을 구축해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왔다. 정부부처와 전문기관 연계를 통해 연구과제, 인력, 시설, 정비 등 R&D 관련 정보를 한 곳에 등록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지난해엔 이 서비스를 민간에 대폭 개방해 투명성을 더 높였다. 그런데 일부 기관은 이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말 10개 전문기관을 실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부 기관은 NTIS에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또 연구 장비 중복 등 예산 낭비행위도 드러났다. 권익위는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원 관리부터 연구 장비 등록 및 활용을 NTIS로 일원화하도록 했다. 과제 선정 평가부터 이의제기까지 그 절차와 방법을 통일하고 통합 관리할 것을 각 부처에 권고했다. 애매했던 연구 부정행위 제재도 더욱 구체화 했다.

이 조치로 국가 R&D 과제에 늘 잡음을 만들었던 불투명한 집행과 연구비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각 부처가 관련 법령까지 정비하면 내부 감시와 통제 또한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옳고 바람직한 방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보완책도 있어야 한다.

연구 장비 중복 문제가 대표적이다. 장비 구입비용은 과제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편이다. 전문기관이 다른 곳 장비를 공유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 할 수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새로 사다 쓰는 것엔 이유가 있다. 연구과제 자체가 반드시 필수장비 구매를 요구한다. 다른 기관 장비를 공유해 줄인 예산을 해당 기관이 인건비 등 더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제재도 필요하지만 부정행위와 낭비를 스스로 외면하게 만들 인센티브 정책도 뒤따라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