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학기술인 열전! 멘토링 레터]"폭넓은 공부와 다양한 실험 기술 습득이 중요"

To. 매일 밤 실험실 책상에서 여러 고민에 빠져있을 대학원생들에게

늦은 밤. 하루 동안 정신없이 바빴던 실험을 정리하고 책상 전등을 켜고 오롯이 앉아 있으면 참 많은 생각이 떠오르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왜 예상했던 것 하고 다르게 나왔을까. 결과는 잘 나왔는데, 컨트롤이 잘 안 나와서, `아~ 다시 해야겠구나`, `오~ 이것 재미있게 나왔는데?` 하면서 콩닥콩닥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열심히 관련 논문을 찾아보던 그런 수많은 밤이었습니다.

[여성과학기술인 열전! 멘토링 레터]"폭넓은 공부와 다양한 실험 기술 습득이 중요"

제 대학원생 시절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프로젝트이고, 두 번째는 미래 진로였습니다. 대학원을 진학했으므로 진로가 정해졌다고 볼 수는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 자신의 선택과 능력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 전공 분야의 장래성 문제는 언제나 대학원생의 여린 마음 한 구석에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 좋은 논문을 내고 싶은 마음은 실험을 하는 대학원생 누구나 가장 큰 바람입니다. 프로젝트는 개인마다 다양하지만 공통된 점이 있다면 참 생각대로 데이터가 안 나오고,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느낌이 아닐까합니다. 실험실 생활도 작은 사회 일부라서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각자 상황이 다르겠지만, 조금이나마 여러분의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범생이` 대학원생 생활수칙을 적어 보았습니다.

첫째, 자기 프로젝트에 대해 스스로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대학원생을 지도하다 보면 다음 실험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온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실험이 가설과 다르게 나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지도교수나 선배에게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과학자가 되기 위한 기본 가이드로 도움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도움을 받아야 하는가`는 결국 개개인 능력과 노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와 관련된 깊고 폭 넓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대학원 공부는 학부와 달리 정해진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그래서 연구가 필요한 다양한 문제를 과학적 가설과 실험 결과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대학원생의 가장 좋은 교과서는 발표 논문입니다. 자신의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미 밝혀져 있는 사실이 무엇이며, 앞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인지, 어떠한 실험 모델과 재료가 사용되고 있는지, 그 분야의 유명한 연구 그룹은 누구인지 등 실제로 공부하고자 하면 그 방대한 양에 질려 차일피일 미루기 쉽습니다.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매일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지적 성장을 이룬 자신을 발견 할 것입니다. 어느 정도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 이제 그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 과학은 소통과 융합을 통해 그 어느 때 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동료 프로젝트 이해부터, 다른 연구 분야 대학원생의 프로젝트가 내 프로젝트에 뜻하지 않는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둘째, 나의 실험 기술(테크닉)에 대한 확신입니다. 나 혼자만의 확신이 아니라 객관성과 공정성이 뒷받침 돼야겠지요. 이유는 실험 결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입니다. 실험이란 프로토콜을 따른다고 해 반드시 원하는 결과가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김치찌개 만드는 법은 알지만, 그 맛이 천차만별인 이유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실험은 요리와 달리 매번 정확한 비교 그룹의 유무와 재현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실험 기술 완벽성은 먼저 실험 재료와 기술 원리의 이해에서 시작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응용력, 반복을 통한 익숙함, 문제 해결 능력을 통해 안정적인 실험 결과를 얻게 되면, 자연히 대학원 생활의 자신감도 높아지게 됩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정확하고 `지나칠` 만큼의 상세한 실험노트 작성입니다. 항상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내가 할 줄 아는 실험이 다양하면 할수록 가설은 다방면으로 검증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에 비유하자면 `다양한 무기 아이템`을 얻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돌이켜 보면 대학원 시절의 시간이 가장 빠르게 지나 간 것 같습니다. 아마 실험실 안팎으로 낮과 밤 구분 없이 젊음과 열정을 불태우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무한한 에너지로 넘치던 시기였던 만큼 정서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던 시기이기도 했었습니다.

아찔하게 추락할 때 나를 지탱해 주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앞이 한 치도 보이지 않아 캄캄하던 때에 희망의 빛이 돼 줬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때 문득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만약 내게 다시 한 번 선택의 순간이 주어진다면, 난 그때에도 이 길에 서 있겠는가. 잠 못 이루는 수많은 밤들 중에서 한번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대답하셨나요. 그럼 더 이상 망설이지 마시고, 내가 선택한 길로 신나게 달릴 때입니다.

From. 도윤경 울산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제공 : WISET( 한국과학기술인지원센터 여성과학기술인 생애주기별 지원 전문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