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청마의 해` 세계 시장을 기마군단처럼 누벼라

지난 1일 갑오년 새해 첫 아침이 밝자 제일 먼저 해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엔지니어들과 통화했다. “장비 설치는 일정대로 잘 진행 중이고 예정된 기간에 완수하고 귀국하겠습니다”는 자신감 넘치는 우렁찬 대답이 돌아왔다.

[월요논단]`청마의 해` 세계 시장을 기마군단처럼 누벼라

해외 현장에서 장비 설치에 여념이 없는 우리의 엔지니어들. 세계 시장의 개척자이자 첨병인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는 더욱 밝고 활기찰 것이라는 희망이 솟아난다.

지난 한 해 정부는 창조경제를 모토로 많은 일을 진행했다. 새해에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더욱 많은 일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이 무엇보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있다는 것은 더 부연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성장과 고용의 주체는 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약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약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만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를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건강하고 반듯하게 서기 위해 중소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시장은 크게 내수와 해외로 나뉘는데 아직 상당수의 우리 중소기업은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형국이다.

우리 내수 시장은 규모도 매우 작거니와 지난 수년간 저속 성장으로 인한 정체와 포화,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 구도 속에서 사실상 더 커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 내수 시장의 매출 유지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이를 감안할 때 글로벌 시장은 우리 중소기업이 생존과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시작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야말로 시장에서 성공인자가 된다.

전통적인 영국 명문대학의 대학원에서는 우등으로 졸업하는 학위를 `Distinction Degree`라고 표현한다. 이는 학생들 중에서 누가 일등을 했는지에 관한 수월성(Excellence)보다는 다른 경쟁 학생들과 얼마나 차별화(Distinction)됐는지를 더욱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보는 오랜 전통에서 기인한 것이다.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회사는 당연히 그 분야에서 상당 기간 한 우물을 파면서, 기술과 실력으로 단련된 기술자를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기술적 전문성을 근간으로 상당 기간 틈새시장(Niche Market) 요구에 부응하면서 훈련됐기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들이 전문성을 확보한 부분은 내수 시장만 놓고 보면 작은 틈새시장이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넓혀 보면 결코 작지 않은 상당히 큰 틈새시장이 된다. 뛰어난 기술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틈새시장을 누비는 기업이 바로 글로벌 강소기업 또는 글로벌 전문기업, 즉 `히든 챔피언` 기업인 것이다.

히든 챔피언이 가장 많은 나라인 독일은 글로벌 경제 침체와 불확실성에도 견고한 경제 성장, 낮은 실업률, 세계 1위권 수출 대국, 무역수지 흑자 강국 등 매우 모범적인 경제 발전을 유지한 국가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독일의 경제발전을 규모는 작지만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을 누비는 히든 챔피언이 견인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 육성 전략은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 시급한 우리나라가 본받아야 할 훌륭한 사례다. 청마의 해인 갑오년 새해에는 글로벌 경쟁력으로 무장한 우리의 `K-히든 챔피언`들이 세계 시장을 기마 군단처럼 힘차게 누비는 모습을 기대한다.

박희재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장 hjpahk@osp.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