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조업 로드를 가다]중국-⑤서부 내륙/대표 도시 '청두'

8만여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지난 2008년 쓰촨성 원찬 대지진. 이 참혹한 재앙은 아이러니하게도 청두(成都)를 비롯한 쓰촨성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복구를 위해 3600억 위안(약 62조 77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청두는 중국 내 소비 1위 도시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쓰촨성의 GDP 성장률은 대지진 이후 2008년 9.5%에서 2009년 14.5%, 2010년 15.1%, 2011년 15.0%, 2012년 12.6%로 각각 급등했다.

델의 청두공장 라인
델의 청두공장 라인

쓰촨성은 재건 사업에 그치지 않고, 청두와 동부 연안 도시를 잇는 항공·철도·도로 등 기반 시설을 확충하며 지역 경제 발전의 기회로 활용했다. 재건 사업이 없었어도 청두는 옛부터 중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혀왔다. 온화한 기후에 평원이 주를 이루는 자연 환경으로 일찍부터 농업이 발달했다. 더욱이 내륙 깊숙이 있어 외세의 침입이 적었다. 삼국시대 제갈공명이 촉나라 수도로 점지한 곳이 바로 이곳. `촉경(蜀京)`은 청두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자연 환경 덕분에 청두는 충칭, 상하이, 베이징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인구가 외지에서 빠르게 유입되고 있고 특히 30~40대 노동 인력 비율이 높다. 노동집약적 산업에는 더 없이 좋은 입지 조건이다.

청두는 서부대개발 핵심 거점인 청위경제권(충칭-청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지역이다. 여기에 시안을 합쳐 `서삼각경제권`을 형성한다. 지난 2011년 4월에는 하늘의 곳간이라는 의미의 톈푸(天府) 신구가 국가급 개발 특구로 지정됐다.

◇소비가 제조업을 부른다

청두는 `천부지국`(天府之國:하늘이 내린 나라)으로 불린다. 전통적으로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으니 저축보다 소비가 많았다. 거리에 유난히 외제차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소비는 시장을 낳는다.

최근에는 에어컨·PC·스마트폰·승용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청두의 에어컨 보급률은 지난 10년간 4배가량 높아졌다. PC와 휴대폰 보급률은 각각 5배, 9배가 늘었다.

대지진 이후 많은 복구 예산이 투입되면서 시장은 더 커졌다. 지진 후 청두 시내버스 상당수가 새 버스로 교체될 정도다.

이제는 물류 인프라까지 완벽하게 구축돼 내륙이라는 단점도 극복한 상태다. 청두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우한 등과 함께 중국 5대 철도 중심 지역으로 서부에서 물류 인프라가 가장 앞선 곳이다. 최근에는 청두와 여러 대도시를 잇는 고속철이 구축되고 있으며 올해 완공될 예정이다. 청두와 충칭을 잇는 청위(成〃) 고속철도는 두 도시를 한 시간 이내로 연결해 준다. 청두-구이양간 청구이 선은 귀양까지 2시간, 광저우까지는 6시간만에 도착한다. 청두에서 주장삼각주에 이르는 가장 빠른 열차다. 시청 고속철은 서부 내륙의 청두와 시안은 물론이고 베이징(8시간)과 하얼빈(12시간) 등 북쪽을 연결한다. 솽류국제공항은 중서부 최대 공항이다. 이곳에 24개의 국제 여객과 화물 노선이 취항한다.

◇글로벌 기업들 진출 활발

청두에는 세계 500대 기업 중 245개 기업이 진출해있다. 교통 인프라가 앞선데다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입주 여건이 좋다. 인구, 특히 20~40대 사이 젊은 층이 많은 것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가장 돋보이는 업종이 통신 관련 산업이다. 모토로라·노키아·에릭슨·지멘스·알카텔루슨트 등 통신 시스템 기업들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화웨이·ZTE도 연구개발 기지를 세웠다. 이 밖에 현지 주요 네트워크 장비 기업들이 포진했으며 광케이블을 비롯한 부품 클러스터도 들어서 있다.

대지진 이후 뜸했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진출도 다시 이어지고 있다. 인텔이 물꼬를 텄다. 지난 2009년 인텔은 상하이 공장을 이곳 청두 공장으로 통합했다. TI는 지난해 말 청두 하이테크 단지 내에 소재한 UTAC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UTAC는 반도체 테스트와 어셈블리 전문업체다. TI는 이미 청두에 웨이퍼 팹 공장을 구축한 상태로, 이번 인수를 통해 생산 일괄 공정을 모두 청두에 갖추게 됐다. 케빈 리치 TI 기술·제조그룹 수석부사장은 “청두에 후공정 설비를 추가한 것은 TI의 글로벌 제조 역량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톈진(중국)=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