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500·끝>전자신문 칼럼을 마치며

2012년 1월 9일 시작한 이 칼럼이 드디어 500회를 맞이했다. 주 5회 칼럼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모르고 쓰기 시작했다. 매일 새로운 내용으로 칼럼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중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럼을 쓰면서 글 쓰는 근육도 많이 단련됐다. 칼럼은 칼 같은 차가운 논리적 이성과 럼주 같은 뜨거운 감성적 열정이 겸비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가지 중에 하나가 부족하면 재미가 없거나 의미가 없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칼럼에 두 가지를 다 겸비하기 위해 매일 노력했지만 아직도 역부족이다. 한 줄 한 줄 쓰던 글이 한 편의 칼럼이 되고, 한 편 한 편의 칼럼이 쌓이다 보니 `체인지(體仁知)`라는 책도 내게 됐다.

내가 매일 칼럼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은 모든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데 있다. 일상에서도 비상할 수 있는 상상력의 원동력이 바로 보잘 것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다시 뜯어보고, 쓸데없다고 버려진 쓰레기에서 쓸 이야기를 찾고, 별 볼이 없다고 간주하는 세상에서 별난 세상의 가능성을 찾아내려는 탐구심이 글감을 찾게 하고 영감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끙끙 앓으면서 마감 시간까지 기다린다. 영감은 마감 시간에 임박해 불현듯 갑자기 떠오른다.

앞으로도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시간가는 줄 모르게 완전히 빠져버리고 싶다.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고, 과거도 없어지고 미래도 안 왔으면 좋겠다는 불가능한 꿈을 꿔본다.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그리움에 흠뻑 젖어보고 싶다는 간절함도 생긴다.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찾아 떠나는 내면으로의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것이 달려와 글 속으로 파묻혀 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지금까지 제 칼럼을 사랑해준 모든 독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