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이메일·강연 등에 의한 해외 기술 정보 전달도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전략기술 수출입 관리가 대폭 강화된다. 민간 기업에 비해 전략기술 관리 체계가 미흡한 대학과 연구기관 등 연구개발(R&D) 종사자 사이에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략물자·기술 수출입 관리를 보다 엄격히 하기 위한 대외무역법 개정안이 오는 31일 시행된다.
산업부는 바세나르, 오스트레일리아그룹 등 국제 전략물자 수출 통제 체제에 맞춰 기술의 무형이전(ITT:Intangible Transfer of Technology) 관리 강화를 골자로 관련 법을 개정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수출 통제 대상을 물품에서 기술로 확대하는 추세다.
개정안에 따라 종전에는 제한적이었던 수출 관리 대상 기술 유형과 이전 방식이 외국과 외국인으로의 모든 이전 행위를 아우르는 식으로 확대된다. 문서·자료를 이메일로 해외에 송부하거나 외국인과의 회의·교육·훈련 등도 포함된다. 종이나 휴대형 메모리 등에 저장·이전하는 것도 기술이전 유형에 들어간다. 단 일반에 공개됐거나 기초 연구, 특허출원에 관한 기술은 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령 기업 간 수출입 계약이 없더라도 대학 연구실 관계자가 해외로 이메일이나 팩스로 전략기술 자료를 전송하면 기술이전에 해당돼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 회사에 근무 또는 연수 중인 외국인 연구원도 기술이전 대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해당 기관은 적절한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국내 기업의 해외 고객 기술 지원 시에도 단순 유지보수가 아닌 성능·기능 향상에 해당되면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
문제는 대학·연구기관 등 순수 R&D 현장이다. 전략물자·기술 관리 인력을 보유했거나 과거 수출 허가 신청 경험이 있는 기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관련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종 학회와 대학 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교육 홍보 활동을 벌였지만 아직 일선 현장까지는 미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 공과대학의 교수는 “학회로부터 공식적인 안내를 받은 바 없다”며 “평소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에주의하고는 있지만 이메일·강연 등이 어느 범위까지 관리 대상에 포함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대 교수는 “종전에는 외국 기관·연구자들과 협력 시 기밀유지협약(NDA)을 맺는 식이었는데 앞으로 정부 당국에도 일일이 허가받아야 한다면 혼선이 뒤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부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시행 초기에는 관리·감독보다는 개정안 홍보에 주안점을 둘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낮은 제도 인식률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용어설명…전략물자, 전략기술
전략물자는 무기와 이들 무기 제조·개발 등에 이용 가능한 물자를 말한다. 전략기술은 전략물자 개발·생산·사용에 필요한 기술이다. 정부는 대외무역법에 따라 전략기술을 포함한 전략물자를 수출입 관리 대상으로 규정하고, 수출시 사전 허가를 의무화한 전략물자 관리제도를 운용 중이다. 위반 시에는 과태료, 징역형 등의 처벌이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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