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창업 기업은 선진국 보다 창업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창조경제시대 한국 창업 생태계현황과 과제` 분석 결과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털(VC) 투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054%로 OECD 7위권이다. VC 투자규모는 선진국 수준임에도 3년 이하 초기 기업에 대한 VC 투자는 30%에 불과하다. 60~80% 수준인 이스라엘·핀란드·영국 등과 대조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실시한 `은행대출수월성(2012년·7점 척도)`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1점에 못 미치는 2.2점을 기록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에 힘입어 창업기업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창업기업이 선진국과 달리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창업 형태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핀란드 등의 창업기업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업이 많은 반면에 우리나라는 생계유지를 위한 창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VC는 혁신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참신한 창업기업을 찾지만 정착 우리나라 창업기업은 생계를 위한 자영업이 대부분이다.
성공한 벤처인으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와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공통점이 있다. 창업동기다. 세 사람 모두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창업했다고 했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가치를 추구했다.
박근혜정부는 중소기업과 벤처를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강조하며 창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한 자영업 창업으로는 창조경제 실현이 요원하다. 빌게이츠는 변화 속에 기회가 숨어 있고 기회는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고 했다. 요즘처럼 불확실한 사회에서는 지식과 경험에 기반을 둔 인사이트(통찰력)가 필요하다. 창업 생태계 역시 생계유지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시장의 변화 속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질적 혁신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창업자와 VC 모두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버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