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영화산업 메카`는 옛말…"다양한 지원 절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영화 산업의 본 고장으로 명성이 높은 로스앤젤레스의 위상이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지역정부의 인색한 지원으로 영화업계가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예산 코미디 영화 `위너 독 내셔널스` 제작자 제럴드 울프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엔시노 시립 발보아 공원에서 촬영하면서 하루 1000달러에 달하는 공원 사용료를 냈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시립 공원에서 촬영할 때 시 당국이 사용료를 면제해준 것과 대비된다.

울프는 6일 로스앤젤레스데일리뉴스와 인터뷰에서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는 (공원 사용료 등)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사가 로스앤젤레스에 있지만 촬영은 주로 다른 지역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공원 사용료는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복잡하기까지 하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와 로스앤젤레스 시 정부가 따로따로 사용료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공립 공원인 그랜드 파크에서 영화 촬영을 하려면 하루에 5760달러를 내야 한다. 보행 전용 도로에서 찍으면 470달러를 낸다.

그런데 로스앤젤레스 시 정부는 시립 공원 사용료를 하루 450달러를 받는다. 시청을 포함해 시 소유의 공공건물은 촬영 때 사용료를 면제해준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은 영화 촬영 때 교통 통제와 현장 경비로 투입되는 경찰관 수당 등을 징수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시를 비롯한 90여개 도시로 구성된 광역 자치단체이다. 한국으로 치면 도와 시가 각각 다른 요금을 징수하는 꼴이다. 세제 혜택 제공 등을 앞세워 영화 촬영 유치에 열을 올리는 다른 지역에 영화 산업 기반을 침식당하고 있지만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와 시 정부의 지원책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지난 2012년 카운티 경제부흥위원회는 영화촬영시 공원 사용료 면제를 행정집정위원회에 권고하고 촬영장 주변 교통 통제는 물론 현장 경비를 위해서는 퇴직 또는 비번인 공공기관의 경비요원을 투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카운티 정부는 이런 요구를 외면했다. 카운티 운영책임자 윌리엄 후지오카는 사용료를 계속 징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행정집정위원회에 보고했다.

글로리아 몰리나 행정집정관의 대변인 록산 마케스는 "그랜드파크에서는 농산물 직배 장터, 요가 강습, 음악회 등이 다양한 행사를 열리고 있으며, 이런 행사들은 모두 공원 사용료를 낸다"고 형평성을 강조했다.

다른 지역은 호재를 만났다며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이미 경찰관 수당 징수액을 낮춰주겠다고 영화사에 제안했다. 샌디에이고 시 정부는 호텔 업자들에게 영화 촬영진에게는 특별히 할인 요금을 제공하라고 요청했다. 샌프란시스코도 영화 촬영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지난 2006년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영화를 찍어요`라는 프로젝트를 가동해 각종 세금 환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년전 `헤밍웨이와 결혼`을 찍은 HBO는 샌프란시스코 시 정부에서 55만 달러를 환급받기도 했다.

작년에 이곳에서 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 재스민`을 촬영한 제작사도 10만 달러의 비용을 보전 받았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영화산업진흥위원회 폴 오드리 회장은 "대형 영화사는 로스앤젤레스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주를 떠난 지 오래"라며 "그나마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와 시 정부에 사용료 내는 것은 저예산 영화사 뿐"이라고 한탄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