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체인 퀄컴이 스마트TV 시장에 본격 가세하면서 TV용 프로세서 생태계가 변화할 조짐이다. 미디어텍·삼성전자·LG전자 등이 각축을 벌이는 스마트TV 칩 시장과 ST마이크로·브로드컴이 장악한 스마트 셋톱박스 진영 양쪽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한국퀄컴(대표 도진명)은 스마트TV와 스마트 셋톱박스용 시스템온칩(SoC) `스냅드래곤802`를 출시했다고 7일 밝혔다.
스냅드래곤802는 초고선명(UHD) 해상도 영상을 복호화(디코딩)할 수 있고 콘솔급 게임 그래픽을 지원한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영상 회의를 하면서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보면서 인터넷을 즐길 수도 있다. HD 영상 4개를 동시에 전송받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 4.4 `킷캣(Kit Kat)` 운용체계(OS)를 지원한다. 독자 기술인 `헤테로지니어스 컴퓨팅` 아키텍처를 사용했고 쿼드코어 크레이트(Krait) 1.8㎓ 프로세서와 아드레노330 그래픽 프로세서(GPU)를 썼다. 자사 `헥사곤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를 장착해 돌비 디지털, DTS의 서라운드 사운드를 처리할 수 있다.
퀄컴이 스마트TV·셋톱박스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시장 구도 변화도 예상된다. TV가 사물인터넷(IoT)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어 중앙처리장치와 통신 칩을 묶은 통합 칩이 대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AP 업체들은 저전력·고성능 기술 역시 탁월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동하기 위한 OS 지원 능력도 갖췄다.
스마트TV 시장은 지난 2012년 대만 미디어텍이 엠스타를 인수한 뒤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삼성전자·LG전자가 프리미엄 제품에 자사 칩을 사용하긴 했지만 미디어텍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었다. 셋톱박스 시장도 브로드컴과 ST마이크로가 양분해왔다. 마벨과 국내 업체인 텔레칩스가 셋톱박스 시장에 일부 공급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PC·모바일·TV·셋톱박스 등 전방위에 걸쳐 프로세서 시장에서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며 “IoT 기기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업체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