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즐기는 한국 이용자들의 성원과 이 게임을 개발한 외국계 게임기업의 몇 해에 걸친 숨은 노력이 해외를 떠돌던 귀중한 우리 문화재의 국내 반환으로 결실을 얻었다.
우리 정부와 손잡은 외국계 기업의 공조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국내 1위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대표 오진호)는 7일 문화재청(청장 나선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사진실에서 설명회를 열고 지난 100여년간 세계 각지를 떠돌던 조선시대 불화 `석가삼존도` 반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불화는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 사이 경기도 지역에서 그려진 작품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여러 박물관을 떠돌다 지난 1973년부터 버지니아주 노포크에 있는 허미티지박물관이 소장해 왔다. 일제시대에 반출된 후 뉴욕에서 진행된 경매를 거쳐 박물관 측이 인수해 보관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허미티지박물관이 제작한 `훼손 위기에 처한 10대 문화재` 동영상에서 이 불화를 발견하고 국내 반환을 추진해왔다.
조선불화 전문가인 김승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장은 “조선불화 중 비교적 규모가 크고 10대 제자로 알려진 `아난존자`와 `가섭존자`가 이례적으로 석가모니 전면에 배치한 파격적 구도로 희소성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가로 세로 길이 3m가 넘는 대형 불화여서 대형사찰 대웅전 후불탱화일 가능성도 제시했다.
라이엇게임즈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문화재청은 지난해 5월부터 이 불화의 반환을 추진해왔다. 라이엇게임즈는 LoL 내 `신바람 탈 샤코` 스킨 판매액 전액과 회사 기부금으로 조성한 총 6억원의 후원금 중 3억원을 이번 문화재 반환에 사용했다.
재단 측은 라이엇게임즈와 협력해 석가삼존도 반환에 성공한 것이 향후 문화재 반환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인식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예술성과 학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환수하는 데 라이엇게임즈의 재정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며 “국내 기업이나 방송을 통해 문화재 반환 노력이 있었지만 외국계 기업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앞으로 문화재 보호와 반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좋은 사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승현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상무는 “한국 문화유산을 위한 게임 사용자들의 후원이 있었기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스킨 판매와 기부로 문화유산 보호 활동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