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루멘스·루미마이크로 등 국내 주요 발광다이오드(LED) 패키지 업체들이 지난해 잇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시장 전망에 청신호를 보냈다. 지난 2년여간 LED 공급 과잉 여파로 혹독한 시련기를 견디면서 시장 구조조정의 파고를 넘어선 업체들이다. LCD 디스플레이용 백라이트유닛(BLU)에 의존하던 사업 영역을 조명 시장으로 성공적으로 다각화한 결실도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LED 패키지 업체인 서울반도체·루멘스는 각각 지난해 매출액 1조원과 5000억원을 돌파했다. 루미마이크로 역시 15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에 이어 최대 실적을 돌파했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약 1조300억원을 달성하면서 LED 패키지 전문 업체 중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전년 대비 성장률도 20%에 육박한다. LED 조명 매출 비중이 BLU 비중을 넘어서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췄다.
루멘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인 약 54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 회사 역시 20% 이상 성장했다. 조명 매출액 비중을 15%로 늘렸고, LED 패키지와 BLU 모듈을 함께 개발해 오픈셀 방식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한 덕이 컸다. LED 패키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두 회사는 영업이익률도 각각 10% 안팎 기록하면서 호실적을 냈다. 루멘스 관계자는 “TV 시장이 부진한 편이지만 BLU용 패키지 효율을 높이고 모듈 설계를 바꾸는 등 자구 노력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며 “대기업에 비해 의사결정이 빠른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전기 자회사인 루미마이크로는 지난해 1170억원에서 약 30% 신장한 1500억원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엔도조명에 자체 개발한 LED 패키지·형광등(튜브)을 공급하면서 일본 내 LED 형광등 시장 점유율이 60%까지 올랐다.
LED 패키지 전문 중견 업체들의 실적 반등은 삼성전자 LED사업부와 LG이노텍 LED사업부가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어서 주목된다. 삼성전자 LED사업부는 매출 1조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고, LG이노텍도 지난해 LED 사업에서 적자를 이어갔다.
LED 패키지 시장은 지난 2011년 이후 공급 과잉을 빚었지만 지난 3년간 꾸준히 구조조정이 이뤄져 왔다. 기대만큼 조명 시장이 빨리 커지지 않은데다 BLU용 패키지는 이익 구조가 취약하고 TV 제조사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최근 수년간 TV 시장이 침체되면서 그룹 계열사 내부 BLU 시장에 주로 의지해왔던 삼성·LG의 LED 사업이 부진했던 이유다. 반면에 중소·중견 기업들은 해외 조명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조명 시장에서는 표준 모델이 존재하지 않고 안정기나 기구 설계 등 규격이 제각각이라 대기업이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LED 패키지 주요 시장이 BLU에서 조명으로 옮겨가면 향후 대기업보다 유리한 시장 구도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증권사 및 LED 패키지 업계 종합)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