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조업 로드를 가다]아세안-④태국/외자 기업에 악명높은 태국 세관

태국 세관은 외자 기업에 악명이 자자하다. 기업 재고를 조사해 원·부자재 품목 분류 세부 번호(HS CODE)가 잘못됐다고 벌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HS CODE를 확인하는 절차·방법이 복잡해 정확하게 가입하기 힘든게 현실이지만 이를 알면서도 세관은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태국 관세법에 따르면 통관 서류를 위조하거나 서류와 다른 물품을 반입하면 벌금을 물어야 하고 심하면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밀수 시도가 적발된 수출입 업체는 제품 가치와 세금을 합한 금액의 4배에 달하는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한다.

태국 정부는 밀수 방지와 세관 공무원 동기 부여를 위해 불법 통관 적발시 물품 금액의 25%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급해왔다. 제보자에게는 물품 금액의 30%를 보상했다.

이 같은 제도는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왔다. 세관 공무원은 큰 건을 올리기 위해 오랜 기간 통관을 미루거나 서류상 오류를 찾기 위해 혈안이다. 정당하게 물품을 수출입하는 업체도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세관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통관 절차를 밟는 일이 많다.

태국에 진출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태국 세관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벌일 경우 많은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소요되는 시간도 적지 않다”며 “소송에 패할 경우 더 심한 처벌을 받기 때문에 적당히 급행료(뇌물)를 건네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최근 태국 정부는 세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줄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송장마다 취급 수수료 200바트를 수입으로 확보해 세관 공무원의 급여를 높여주고, 뇌물 수수를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밀수품에 대한 보상 체계도 손댔다. 밀수품 적발 보상액을 물품가치의 25%에서 15%로 낮췄고, 최대 한도를 500만 바트로 제한했다. 제보자에 의해 밀수품이 발견될 경우 보상액은 물품 가치의 30%, 최대 1000만 바트로 정했다. 그러나 태국 세관이 오명을 벗고 투명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