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과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를 저장했다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저렴한 전지 상용화가 성큼 다가왔다. 기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가정이나 기업은 낮에 전기를 생산해 사용하고 밤에는 별도 전기를 써야 했다. 전지와 관리 시스템이 없으면 전력을 저장할 수 없는데다 비용 부담이 컸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하버드대 연구팀이 친환경 에너지를 경제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 전지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에 실렸다. 하버드 연구팀은 `퀴논(quinone)`이라 불리는 유기 분자로 전지 재료를 구성했다. 퀴논은 주로 대황(rhubarb)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하거나 원유에서 저렴하게 합성한다.
금속 이온을 대신해 유기 분자로 고효율 `흐르는 전지(flow battery)` 연구에 성공한 것은 하버드대가 처음이다. 흐르는 전지는 풍력이나 태양광 등에서 만들어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한다. 전지가 상용화되면 발전소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수급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연료전지 효율도 높인다.
흐르는 전지는 커다란 탱크에 액체를 담은 형태다. 일본은 전력 그리드 운영을 위해 이 같은 전지를 써왔다. 기존 방식은 킬로와트당 700달러 비용이 들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풍력을 경제적으로 저장하려면 전지는 킬로와트당 100달러 이하 비용이 필요하다. 전지 재료로 많이 쓰이는 바나듐은 킬로와드당 80달러에 달한다. 전체 시스템을 만드는데 100달러 이하여야 하는데 재료비만 80%에 육박하는 셈이다.
마이클 아지즈 하버드대 재료 에너지학과 교수는 “퀴논이 에너지 저장 재료 가격을 킬로와트당 27달러까지 낮춘다”고 밝혔다. 특히, 퀴논은 쉽게 합성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에너지 효율을 올리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조작이 가능한 물질이다.
연구팀은 퀴논을 전지 음극으로 사용했다. 양극은 브롬이다. 연구팀은 브롬을 대신해 퀴논을 양극에서 쓰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스타트업 기업 서스테인어블 이노베이션즈와 함께 기술 상용화를 추진한다. 서스테인어블 이노베이션즈는 대형 빌딩 태양광 패널에서 얻어지는 전기를 저장하는 전지를 개발한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