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휴대폰 보조금 할부지원 재도입…`호갱 방지` vs `노예 계약`

SK텔레콤이 지난 2012년 폐지했던 롱텀에벌루션(LTE) 스마트폰 구입비 할부지원 정책을 새해 전격 재도입했다. 휴대폰 구입 시 보조금 일부를 `정량·할부` 기준에 맞춰 SK텔레콤이 직접 지급하는 이 정책은 2012년 7월 당시 격화된 보조금 경쟁으로 마케팅비 지출이 늘어나자 폐지됐다가 1년6개월 만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9일 “LTE 스마트폰 대부분에 적용되는 휴대폰 구입비 지원정책인 `T할부지원 프로그램`을 재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신규·번호이동 가입자가 새 휴대폰을 구입하며 SK텔레콤에 가입 시 약정 기간에 따라 SK텔레콤이 휴대폰 지원금 일부를 정해진 금액만큼 지원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LG전자 스마트폰 `G프로`를 30개월 약정으로 구입할 경우 총 9만원의 보조금을 SK텔레콤이 직접 월 3000원씩 할부로 지원한다. SK텔레콤은 LTE 휴대폰 중 비교적 구형 모델은 `가군`, 신규 모델은 `나군`으로 분류해 가군에는 30개월 약정 시에는 총 15만원, 24개월 약정 시 12만을 지원키로 했다. 나군 단말기에는 각각 9만원·7만2000원이 지원된다. 즉 방송통신위원회 보조금 가이드라인인 27만원 중 7만~15만원은 할부로 지급되는 것이다.

주로 출고가 기준 90만원대 이상의 LTE 스마트폰이 대상이다. 장기 가입자 우대 정책인 `착한기변`도 할부지원 방식으로 바뀐다. 기존의 착한기변 제도는 일정 기간 이상 SK텔레콤을 사용한 장기 가입자가 휴대폰을 교체할 경우 최대 24만원을 `선(先) 할인`하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약정 기간 동안 할부로 지원한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 도입 후부터 지난 2012년까지 이 제도를 유지하다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폐지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비싼 단말기 판매가 늘고 있어 소비자가 정보력이 부족해 보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거나 오히려 출고가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사는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소한의 보조금을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재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표면적인 도입 취지는 소비자 피해 예방이지만, 유통가나 일부 소비자들은 “오히려 혜택이 줄어들고 계약 종속성이 더 강화됐다”며 반발했다. 일단 선 할인 방식으로 전액 지급되던 보조금 중 T할부지원이 보장하는 양만큼은 할부 지원으로 바뀌면서, 월 평균 200원가량의 이자손실과 함께 약정 기간 내 해지할 경우 남은 기간 분의 할인금은 지원받지 못하게 된다. 할부지원금도 SK텔레콤이 유통에 지급하는 `리베이트(판매장려금) 가이드`에 포함되기 때문에 액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서울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는 “할부지원은 요금할인 뿐 아니라 보조금도 `약정기간을 꽉 채워야 다 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SK텔레콤이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의 절대량이 줄어들 수 있고, 가입자 묶어두기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착한기변의 할부 방식 변경에 대해서도 “장기 가입자도 `노예 계약`으로 묶으려는 것”이라는 소비자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대부분 착한 기변 대상 가입자는 경쟁사 이탈 수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T할부지원 도입 전·후 예시(갤럭시S4 LTE-A·보조금 27만원/24개월 약정 적용 시)>


T할부지원 도입 전·후 예시(갤럭시S4 LTE-A·보조금 27만원/24개월 약정 적용 시)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