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는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가장 즐겨 이용하는 서비스의 하나다. 취미나 관심사에 따라 모여 정보도 교환하고, 유머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는 온라인 사랑방 역할이다.
각자 자기가 놀고 싶은 곳에 가서 놀면 될텐데, 요즘은 커뮤니티 마다 갈등과 반목도 심하다. 커뮤니티 안에서 정치·사회적 이슈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싸우는 일이야 다반사고, 커뮤니티 사이에도 서로 공격까지 벌어졌다.
최근들어 커뮤니티 간 `이념 대립`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느낌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난 대선을 전후해 급성장한 `일베(일간베스트)`와 `일간워스트(일워)`의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일베 회원은 `오늘의 유머`나 `여성시대` 같은 커뮤니티에 가서 이른바 `분탕`을 치며 낄낄댄다. `깨어있는` 네티즌들은 인터넷에서 보수적 의견만 나오면 `너 일베충이지?`하고 몰아붙인다.
다양한 정보와 의견 속에서 가치 있는 콘텐츠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인식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인터넷과 같은 무한한 정보의 바다의 장점이다. 하지만 끝없는 바다에 압도된 네티즌들은 맘에 드는 커뮤니티에서 자기와 뜻이 같은 사람하고만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동의하는 지식과 정보만 흡수하며 기존 생각만 더 굳어진다.
시간과 자원이 한정된 네티즌들이 원하는 정보와 분위기가 있는 공간에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다른 정보나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음을 서로 용납하고 그냥 놔 둬 줄 필요도 있지 않을까?
좌빨 좀비 척결, 일베충 방제 등 살벌한 대화가 오간다. 연예인은 인터넷 유행어 한마디 잘못 썼다 일베 사용자라며 비난 받고, 누군가는 의견 한 마디 잘못냈다가 종북 소리를 듣는다.
누군가 `일베용어사전`이란 사이트를 만들어 일베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를 모으고, 이들 단어는 쓰지 말자고 하는 캠페인까지 나왔다. 살펴보니 예전부터 인터넷 서브컬처에서 많이 쓰이던 용어도 일베 용어로 몰려 퇴출될 판이다.
`종북`이니 `일베`니 하는 딱지 붙이기로 다른 사람의 언어와 생각까지 전면 통제하려 드는 것이 우리 인터넷 문화의 현상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