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시장 무섭게 빨아들이는 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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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유선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무서운 세몰이를 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유선 상품 재판매를 시작한 지난 2010년부터 초고속인터넷 시장 가입자 순증의 70%를 점유하며 압도적인 증가폭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장 진출 5년째인 올해 말이면 전체 누적 점유율 1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 가입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 SK텔레콤은 201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166만7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시장 전체 가입자는 1633만명에서 1869만5000여명으로 236만5000여명이 늘어 SK텔레콤이 전체 순증 가입자 중 70.5%를 차지했다.

SK텔레콤은 유선 서비스를 직접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지난 2007년 인수한 SK브로드밴드(인수 당시 하나로텔레콤)의 상품을 재판매하는 `별정2호` 사업자로 2010년 4월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본격화 된 유·무선 결합상품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이후 `TB끼리 온가족무료` 등의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가입자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시장의 공고한 영업력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유선 시장에서 세를 확장하는 동안 원래 유선 소매를 담당했던 SK브로드밴드는 점점 도매 비중을 늘렸다. 이 기간 동안 KT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10만명, LG유플러스 39만4000명, 종합유선(SO) 업계는 19만2000명이 증가했다.

SK텔레콤과 이들 사업자 증가폭을 모두 합하면 335만3000명으로 전체 순증보다 99만명이 많다. 순감 99만명은 모두 SK브로드밴드가 차지했다. SK텔레콤이 재판매로 가입자를 늘리는 동안 SK브로드밴드는 사실상 소매 영업을 하지 않은 셈이다.

업계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이러한 움직임이 두 기업 모두에게 `윈-윈` 전략이 됐다고 분석했다. 우선 SK텔레콤은 유·무선 기업을 합병해 결합상품 공세를 펼치는 KT·LG유플러스 등 경쟁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SK브로드밴드는 모객을 위해 썼던 마케팅 비용 지출을 줄이면서 재판매 개시 1년만인 2011년 흑자로 전환했다. 2009년 4030억원이었던 SK브로드밴드의 마케팅 비용은 2011년 3026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새로운 유선 산업 먹거리인 IPTV 시장에서 성장할 재무 여력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미 가입자 수(1870만명)가 우리나라 가구 수(1757만)를 훌쩍 넘어 포화상태로 치닫는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세몰이가 이어지자 경쟁사들은 “이동통신시장의 영향력이 초고속인터넷 부문까지 미친 게 아니냐”며 우려를 내놓았다.

SK브로드밴드 감소분을 합쳐도 SK가 2010년 이후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입자 증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유·무선 결합상품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적정한 시장 산출방식에 의해 SK텔레콤과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요금인하 효과 및 소비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변화 추이(단위:천명)

자료:업계 취합

초고속인터넷시장 무섭게 빨아들이는 SKT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