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 재무구조 개선은 자산 매각이 핵심이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전력 등 12개 공공기관에 공공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자산을 제외한 모든 자산의 매각 검토를 지시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2년 사이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국영기업 세 곳은 해외 자산에 총 232억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석유공사는 6개 해외자원 개발사업 중 캐나다 유전개발업체인 하베스트의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3조800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를 사들였으나 북미지역 석유산업 침체 등으로 작년 말까지 누적적자가 8000억원이 넘어섰다는 것이 기재부 분석이다. 대한석탄공사는 몽골 누르스트 훗고르 탄광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한국전력은 805억원을 들인 캐나다 데니슨사 지분 등 3개 우라늄 확보 사업의 지분 매각을 검토한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무조건식 자산매각은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1998~2000년 외환위기 여파로 에너지공기업이 보유한 20여개 해외광구의 투자지분을 팔았다가 이후 가치가 급등해 손해를 본 사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일정을 정해놓고 자산매각을 서두르는 현재의 방식은 헐값매각으로 이어져 더 큰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자원개발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 공기업이 추진하는 매각 프로젝트는 과거 큰손이었던 중국, 일본 기업이 인수주체로 나서지 않아 특정 기업할 것 없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압박에 못 이겨 자산매각을 하면 헐값매각한 뒤 더 비싼 가격에 사는 자충수를 둘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기업 재무구조 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정부 내 분위기도 이러한 우려가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기재부는 공기업 재무상태가 건전하지 않기 때문에 우량자산 매각을 통해서라도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강변한다. 반면 산업부는 헐값매각을 피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5월 자문단을 구성해 산하 에너지공기업의 해외 석유·가스부문 투자 검토를 마쳤다. 자산 매입으로 인해 부채가 급증해 재정부담이 극심해졌고 사업 수익성도 높지 않아 일부 사업을 추린 상태다. 산하 공기업에 필수 자산을 제외한 국내외 투자자산 가운데 우량 자산을 국내 투자자에게 매각하라는 방침도 전달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권 기조에 따라 공기업 운영방향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대형화 전략이 몇 해 지나지 않아 철퇴를 맞고 있다”며 “자원·에너지 분야는 장기적 안목으로 사업을 평가해야 하는 만큼 손실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는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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