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스를 매각해 2조원을 번 토니라는 30대 중반의 실리콘밸리 창업가가 있다. 라스베이거스 구도심지 한 구획 전체를 사들여 벤처 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이 언론에 소개됐다. 수천억, 수조원을 번 창업자가 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내 지금의 회사를 만들게 되었는지, 앞으로는 또 어떤 멋진 회사를 만들 것인지를 강의하면 감동의 물결이 넘쳐난다. 강연 내용은 블로그와 신문기사로 멋지게 포장돼 다시 유통된다. `역시 창업이야!` `나도 할 수 있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욕망과 희망이 메아리치며 울려 퍼진다.
이런 무용담에 이끌려 돈과 성공만을 추구했던 창업가는 실패할 때 훨씬 심하고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는 도박과 매우 유사하다.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요행에 의존하는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되며, 현실을 생각하지 않고 성공만 기대한다. 겉으로는 사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해지기 위해 창업을 하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이윤을 추구하거나 명예를 좇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최우선적이고 유일한 목적이 되면 길을 잃어버리고 타락하게 된다.
창업의 90% 이상은 실패한다. 사업은 망하기 위해 한다고 정의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소수만이 생존하고 성공한다. 모든 창업가들이 나는 예외에 속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그렇다면 왜 창업하나. 실패하기 위해? 아니다. 성공하기 위해? 그것도 아니다.
젊을 때의 창업 목적은 `경험`이다.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사업가 체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창업하는 사람들의 90%는 사업가가 아니다. 책이나 학교 공부, 시험과 면접을 통해서도 확인하기 어려운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제 2의 스티브잡스일지 모른다는 생각 속에 인생을 낭비할 위험을 일찍 벗어날 수 있다. 경험이 목적이라고 해서 불성실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실패하더라도 나를 발견했으면 성공해 돈을 번 것보다 더 큰 것을 얻은 것이다.
이제 나의 길을 가면 된다. 공무원이든, 교사든, 직장인이든, 예술가든 혹은 자영업자이든 자신의 길을 알고 걷는 사람의 인생은 진짜 `성공의 길`이 될 것이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