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방정식이 있을까. 50여년을 정신분열증과 싸워왔던 한 천재 과학자는 투쟁의 원동력을 사랑에서 찾았다. 바로 존 포브스 내쉬 2세가 주인공이다. 존 내쉬는 게임이론과 미분기하학 등을 연구한 수학자다. 1994년 `비협력 게임` 이론으로 존 허샤니, 라인하르트 젤텐 등과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과학, 문화로 읽다]이성과 논리를 이기는 힘](https://img.etnews.com/photonews/1401/519929_20140110173630_080_0001.jpg)
그러나 비협력 게임 이론은 그가 노벨상을 받기 50여년 전인 1949년에 발표됐다. 죄수의 딜레마, 적대적 합병, 순수 경쟁 등 구속력 있는 계약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지 원리를 파악한 연구 성과가 왜 반세기 뒤에 빛을 발했을까. 그 해답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찾을 수 있다.
배우 러셀 크로우는 뷰티풀 마인드에서 전액 장학금으로 프린스턴대학원에 입학한 존 내쉬가 됐다. 미국 최고의 두뇌가 모인 프린스턴에 장학생으로 들어온 존 내쉬는 기숙사 유리창을 칠판처럼 사용해 연구에 매진한다. 비둘기의 이동경로를 수학공식으로 풀어보려는 괴짜이기도 했다. 1949년 27쪽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바로 `비협력 게임` 이론이다.
MIT 교수로 지내며 천재성을 인정받은 내쉬는 정부 비밀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냉전 시기, 미국은 러시아군의 암호를 해독해야 했고, 그 적임자로 내쉬를 택했다. 하나의 문제에만 매달리면 다른 곳에 정신을 돌릴 수 없었던 그는 점점 정신이 황폐화됐다. 국가의 상황을 전략적으로 풀어내는 게임 이론도 이때 적용됐지만 1959년 존 내쉬는 정신분열증 판정을 받는다.
자신의 제자였던 앨리샤 라드와의 결혼 생활도 평탄치 못했다. 아내가 임신하자 내쉬의 정신분열증은 더욱 심해졌다. 영화 속에서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해 그를 돕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뒤틀린 정신의 투사체였다. 정신병원 생활을 반복했던 내쉬는 결국 1963년 아내와 이혼하게 된다.
존 내쉬가 약 30년 뒤 노벨상 수상식에서 단상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라드 덕분이었다. 이혼 7년 후 내쉬는 다시 아내와 함께 살게 된다. 내쉬가 허상과 싸우고 고통받을 때 옆자리를 지켜준 것이다.
그가 발표한 비협력 게임에서는 아무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이 스스로 행동을 구속하는 이유는 그 행동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내쉬와 아내의 삶이란 `게임`은 서로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았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자기 이익을 위해 최악의 결과를 선택하는 것과 달리 서로를 배려하면 `최상의 결과`를 찾아낸 것이다. 어쩌면 내쉬가 찾아낸 게임 이론의 원리를 그는 자신의 삶을 통해 극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파멸로 끝날 것 같았던 존 내쉬의 삶은 극악의 `게임`에서 벗어나 점점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30여년 이상 계속된 정신분열증은 아내의 도움으로 점점 회복기를 맞는다. `뷰티풀 마인드`에서 그는 다른 학자들의 존경을 받는 징표 `만년필`을 받으며 다시 한 번 긍정적인 삶으로 걸어 들어온다. 결국 199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식에서 그는 말했다.
“나는 언제나 숫자만 믿었습니다. 이성으로 이끄는 방정식과 논리입니다. 그러나 평생의 연구 끝에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이 진정한 논리인가. 누가 이성을 결정하는가. 그동안 물질 세계와 형이상학적 세계, 비현실적 세계에 빠졌다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제 경력뿐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 했습니다. 어떤 논리나 이성도 이기는 `사랑`이라는 신비한 방정식을 말입니다. 나는 오직 당신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있습니다. 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내 삶의 모든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성과 논리를 이기는 `아름다운 마음(BEAUTIFUL MIND)`. 천재 수학자가 발견한 사랑의 방정식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