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막오른 스마트TV 플랫폼 경쟁의 향방

[신화수 칼럼]막오른 스마트TV 플랫폼 경쟁의 향방

당사자는 괴롭지만 구경꾼은 재밌는 게 싸움이다. 격렬할수록 그렇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인을 흥분시킬 큰 싸움이 새해 벌어진다. 스마트TV 운용체계(OS) 쟁탈전이다. 놀랍게도 LG전자가 속된 말로 `선빵`을 날렸다. 지난 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 웹OS TV를 선보였다.

웹OS는 PDA 업체 팜이 개발한 것으로 구글 안드로이드는 물론이고 애플 iOS에 영향을 줄 정도로 그래픽사용자환경(GUI)이 뛰어나다. HP는 이 OS로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참담히 실패했다. 구글(삼성)과 애플로 정리된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자 LG전자에 팔았다. 엄밀히 말하면 웹OS가 아닌 전문 인력을 넘겼다. LG는 이들과 함께 웹OS를 스마트TV용으로 탈바꿈시켰다. 최대 약점인 느린 부팅 속도를 극복했다. 웹OS의 무거움을 버린 덕분이다. 무엇보다 TV 최대 덕목인 단순성을 잘 살렸다. 거실용 대화면으로 보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TV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지능화했다. 진정한 스마트TV 플랫폼 경쟁 선언이다.

선수는 너무 많다. 구글과 애플 외에 삼성전자(타이젠), LG전자(웹OS), 모질라(파이어폭스OS), 로쿠(Roku), 캐로니컬(우분투) 등 춘추전국시대다. 실시간 TV 스트리밍 서비스로 미국 미디어콘텐츠업체를 집단 히스테리에 빠지게 한 에어리오(Aereo)를 빼도 이렇다.

TV제조사가 재빨리 움직인다. 삼성과 LG가 독자 플랫폼 노선을 꾀한 가운데 일본 파나소닉은 파이어폭스OS를, 중국 TCL과 하이센스는 로쿠를 선택했다. 탈(脫) 구글 움직임이 뚜렷하다. 엉뚱한 삼자에게 플랫폼을 빼앗긴 스마트폰 전철을 스마트TV시장만큼은 밟지 않겠다는 의지다. TV시장에 고전했던 구글이 크롬캐스트 성공으로 막 고무된 참이다. 구글TV 진영에 있다가 웹OS로 돌아선 LG가 여기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셋톱박스와 스마트TV 간 경쟁 구도도 생겼다. 셋톱박스진영엔 구글, 애플, 로쿠가, 스마트TV진영엔 TV제조사가 있다. 그간 스마트TV는 느린 속도와 불편한 사용자환경 탓에 셋톱박스보다 호응이 적었다. 그 단점을 획기적으로 고치고 OS 선택 폭도 넓히면서 스마트TV가 다시 힘을 얻는 형국이다. 단순히 인터넷을 TV로 즐기려는 사람은 셋톱박스를, 콘텐츠 질과 서비스를 따지는 사람은 스마트TV로 나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소니와 중국 TV업체는 당장 OS보다 삼성, LG 따라잡기에 집중한다. 플랫폼 향방을 지켜본 후 대세인 OS에 `올인`할 생각이다. 삼성 스마트폰 전략에서 학습한 효과다.

그런데 스마트폰과 스마트TV 지향점이 다르다. 스마트폰이 모바일 컴퓨팅에 가깝다면 스마트TV는 여전히 엔터테인먼트 속성이 절대적이다. 스마트폰엔 앱과 개발자 생태계가, 스마트TV엔 미디어콘텐츠와 제작·유통업체 생태계가 더 크게 작동한다.

유튜브와 아이튠즈로 동영상 유통과 디지털음악 시장을 장악한 구글, 애플이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도 유리하다. 그런데 미디어콘텐츠업체들은 `절대반지`를 두 회사에 선선히 넘겨줄 뜻이 없다. 구글, 애플보다 미디어콘텐츠 시장 장악 야심이 적은 스마트TV업체를 더 좋은 파트너로 여긴다. 이번 CES LG전자 전략 발표장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아마존, 넷플릭스, 엠고, 컴캐스트, 디렉티비 등과 스트리밍 협력 계획을 내놨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뚜렷한 강자가 없는 지금 스마트TV 시장 구도는 초기 스마트폰 시장과 비슷하다. 늘 폭발력이 보인 애플이 간만 보는 사이에 삼성이 혁신적인 타이젠TV를 내놓는다면 그 무게중심이 TV제조사로 더 기울 수 있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