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해 동안 에너지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중요해져 사회적 논란의 한 가운데 놓이게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3년 발표한 주요 세계 에너지통계(Key World Energy Statistics 2013)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는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액 각각 세계 5위, 석탄 수입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에너지와 전력소비는 세계 8위였다. 원자력발전은 우리나라 발전량에서 세계 4위, 시설 용량으로는 세계 5위다. 10대 원전 대국 가운데서 원자력발전 비중이 세 번째로 높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토 면적 대비 원전 시설 용량은 세계 1위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원전이 조밀하게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 전력소비 규모는 2011년 GDP로 세계 10위, 구매력 지수로 평가한 GDP로 세계 15위다. 우리보다 소득이 높은 국가들 중 1인당 에너지 소비와 1인당 전력소비가 높은 국가는 에너지 부존량이 많고 국토가 넓은 미국과 캐나다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에너지 및 전력 소비가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 규모가 계속 늘어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 증가는 물론이고 현재의 소비 규모조차도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기후변화다. 2011년 기준 연료 연소로부터 발생하는 CO2 배출량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7위다. OECD 국가들 중에서는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4위다. 화석연료 연소가 기후변화를 일으킨다고 원자력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는 원자력이 절대 대안이 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원자력은 결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가 아닐 뿐더러 기후변화 위험을 방사능 위험으로 대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에너지 이용에서 안전이란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 줬다. 게다가 원자력에너지 이용의 권위주의적 폐쇄성은 우리를 경악하게 했던 다양한 비리를 낳았다. 알려지지 않았더라면 납품비리, 금품수수, 품질검증서 위조, 시험성적서 위조 등이 여전하고, 어떤 문제를 야기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초고압 송전탑 건설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졌지만 지금도 밀양에서는 송전탑이 세워지고 있다. 도대체 누가 그런 희생을 요구하며 전기를 쓸 권리를 가질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더 이상 공급중심의 에너지정책이 지속돼서는 곤란하며 지속되기도 어렵다. 어디다 발전시설을 지을 것이며 어떻게 송전선로를 놓을 것인가. 수요관리를 바탕으로 수요를 줄이는 것이 답이다.
곧 확정될 예정인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에너지 수요가 2035년까지 2011년에 비해 37.1% 증가하고 전력수요는 79.5%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2차 계획에서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전환을 우선 중점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선언적이다. 실제로는 에너지 및 전력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방안을 마련하는 데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대폭 증가한 전망을 바탕으로 에너지 수요의 13%, 전력 수요의 15%를 관리 목표로 제시하면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라 주장한다. 수요관리 목표가 전혀 적극적이지 않을 뿐더러 어떻게 관리를 해나갈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정말 이제는 좀 더 `창조`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codem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