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성공적인 과학단지 조성으로 전자·IT산업을 발전시켰다. 국가 기술 육성 정책의 핵심이다.
과학단지들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대만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신추과학단지(新竹科學工業園區)다. 타이베이에서 남쪽으로 약 70㎞ 떨어진 이 과학단지는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이 시작됐다. 1990년대에 들어서기 전부터 대만 컴퓨터 산업의 메카로 성장한 곳이다. 이후 주요 전자 제조 기업들의 연구·생산을 맡으며 중심 단지로 부상했다.
신추과학단지는 건설 과정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의 화교 인재들이 대거 참여했다. 덕분에 뚜렷한 벤처 문화 등에서 실리콘밸리와 여러모로 흡사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국내 대덕연구단지나 일본의 츠쿠바연구학원도시보다 10년 이상 뒤늦게 조성됐지만 발전 속도는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단지가 조성된 1981년 당시 17개였던 입주 기업수는 지난 2013년 말 기준 396개로 늘어나며 명실상부한 대만의 대표 과학단지로 성장했다.
신추과학단지 내 위치한 팹리스 업체 미디어텍의 관계자는 “주요 협력 업체들이 한 곳에 있어 여러 사업을 추진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전했다.
대만은 신추부터 남부 지역에 이르기까지 과학벨트를 구축했다. 이 벨트의 종착지는 카오슝과학단지로 타이난과학단지와 묶어 대만 남부과학단지(南部科學工業園區)라고 부른다. 타이난과학단지는 지난 1993년 경제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1995년 1단계, 2001년 2단계 개발을 거치며 이후 카오슝과학단지와 함께 남부 지역의 첨단 기술 개발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노룩스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LCD 패널 생산 기지로도 유명하며 대만에서 가장 큰 생명공학 기업이 위치해 있기도 하다. 가장 근래인 지난 2000년 조성된 카오슝과학단지는 10년 만에 130여개 업체가 들어서며 성장 중이다.
타이베이시 동북부를 가로지르는 기룽강 너머 위치한 네이후기술단지(內湖科技園區)는 최근 대만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도심 과학단지다. 지난 1976년 산업지구로 시작된 이곳은 2001년 기술단지로 공식 전환되며 대만 기술·제조 산업을 이끄는 주요 거점이 됐다. 수도에 위치하고 타이베이 송산 공항과도 근접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주요 IT업체들의 연구소와 사무실 등을 대거 유치했다. 지난 2001년 당시 입주 기업 600여개였던 기술단지는 지난해 말 기준 3000여개 규모로 성장했다.
네이후기술단지 입주 업체 관계자는 “네이후기술단지는 다른 과학단지와 달리 접근성이 좋아 글로벌 IT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면서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타이베이(대만)=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