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팀 쿡 애플 CEO는 중국 홈페이지에 `보증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애플은 초기 무대응으로 일괄했으나 중국 관영 매체에 인기 스타, 심지어 중국 상무부까지 나서서 문제점을 제기하자, CEO가 직접 진화에 나섰던 것. 당시 언론은 `중국의 인해전술에 애플이 두 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TV시장에서 다수의 중국 업체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하던 업체들이 우리 기업에 버금가는 수준의 TV를 내놓고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광활한 내수시장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밑바탕이 됐다. 세계 1·2위 사업자인 삼성전자·LG전자로서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에도 부담스럽다.
양사의 평판TV시장 점유율은 27.1%(삼성)와 16.3%(LG)로 3~5위인 소니(6.7%) TCL(5.5%) 파나소닉(5.0%)과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하지만 차세대 모델인 초고선명(UHD) TV 시장에선 다르다. 작년 3분기 기준 국내 양사는 4위(삼성전자)와 8위(LG전자)에 머물렀다. 2위(스카이워스) 3위(TCL) 5위(하이센스) 6위(창홍) 7위(콩카) 9위(하이얼)가 중국 업체다.
지난주 열린 국제 가전쇼인 `CES 2014`에서 만난 이들 중국업체는 미래 TV시장에 대해 상당히 자신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기업에 크게 뒤지지 않는 기술을 보유했다고 자부했다. 한국 TV를 카피(모방)했다는 지적을 하자 한 중국 TV업체 관계자는 “인정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중국 TV는 멀었다`고 한다. 일부 사실이다. 품질측면에선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가격을 따지고 들면 고객은 흔들린다. 중국 TV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다. 이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인해전술로 달려드는 중국 TV업체를 몇 가지 기술로 따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본 TV업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접근법이 절실하다.
전자산업부 차장 김준배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