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앱툰으로 돌아온 종이만화의 `아테네` 신일숙 작가

학창시절 `리니지` `파라오의 연인` 등 신일숙 작가의 만화를 보다가 거울을 보면 한숨이 나오곤 했다. 그리스 로마신화 속 길쭉길쭉한 몸매, 이국적인 얼굴의 등장 인물들은 현실 속 나와는 전혀 달랐다. 그러나 신화에 바탕을 둔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현실적인 엔딩은 다른 순정만화와 완전히 달랐고, 1990년대 순정만화계에서 `신일숙 작품`은 하나의 현상이 됐다. 과연 신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란 궁금증은 십여년이 지나 풀렸다.

[이사람]앱툰으로 돌아온 종이만화의 `아테네` 신일숙 작가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만난 신 작가의 외모는 지극히 평범했다. 만화 속 등장 인물보다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웃 사람`에 가까웠다. 신 작가의 만화 또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 시작됐다. 경상도 가부장적인 집안의 둘 째 딸로 태어난 그는 그리스신화의 전쟁의 여신 아테네에게 한순간에 마음을 뺏긴다. 여성은 늘 남성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암울한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당당한 전쟁의 여신 아테네에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작가는 “중학교에 올라가서 우연히 그리스 로마신화 책을 접하게 됐고 그 뒤로 신화에 흠뻑 빠져 살았다”고 회상했다.

그의 신화 사랑은 종이 만화에서 디지털 만화로 건너온 지금도 마찬가지다. 신 작가는 지난해 10월부터 만화 앱 카툰컵에 `불꽃의 메디아`를 연재 중이다. 신작에서도 아테네 여신이 나온다. 그는 신화를 고집하는 것처럼 디지털로 만화를 연재할 때도 최대한 종이 만화의 디테일을 살릴 수 있는 서비스를 고집한다. 독자들이 집중하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신 작가는 스크롤을 내려서 읽는 포털 웹툰이 아닌 한 컷 한 컷 볼 수 있는 앱툰을 선택했다. 그는 “웹툰과 종이 만화는 성격이 다르다”며 “종이 만화가 웹툰보다 독자의 몰입도가 높다”고 말했다. 컷별로 보여주면 종이 만화의 장점을 디지털 기기에서도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디지털 연재와 더불어 종이 만화도 출판할 예정이다. 그는 지금도 펜과 종이를 이용해 만화를 그린다.

그는 무료 웹툰을 연재할 생각은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신 작가는 웹툰은 다양한 만화를 독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한 장점도 있지만, 만화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너무 강하게 심어주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꼬집었다. 신 작가는 “웹툰으로 돈을 버는 작가도 많지만 돈 한 푼 못 받는 작가가 더 많다”고 말했다.

후배 작가들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는 수련과정을 거쳐서 데뷔했지만 요즘은 마감에 치여서 그림 실력이 잘 늘지 않는 웹툰 작가가 많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분명 자신이 사랑한 아테네 여신 만큼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자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분명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