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에 이어 동양증권 매각 작업에 시동이 걸렸다. 이르면 다음 주에 동양증권 매각 공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증권업계 구조조정과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동양증권 매각 대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동양인터내셔널(14.93%)과 동양레저(12.13%)는 16일 매각 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과 킥오프 미팅을 가졌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동양증권 매각을 위한 관련 법률 검토와 매각 계획이 논의됐다”며 “며칠 내에 매각 공고가 이뤄지고, 인수의향서를 접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는 인수합병(M&A) 작업을 완료하는데 1년 정도가 걸리지만 동양증권은 대주주가 회생절차 진행 중에 이뤄지는 매각인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매각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동양그룹은 입찰제안서를 받고 이를 토대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본 계약에 이르기까지 이르면 오는 3월 모든 매각 일정을 끝마칠 계획이다.
하지만 농협금융과 KB금융이 치열하게 경쟁했던 우리투자증권 인수전과 달리 동양증권은 인수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증권 등 경쟁매물이 M&A시장에 다수 나와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가장 큰 문제는 계열사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불완전판매 배상금액이 얼마가 될 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와 CP 투자자로부터 2만여건의 분쟁조정 신청을 접수한 금감원은 최근 일부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했으며 법원 회생계획 인가 결과에 따라 5∼6월께 배상비율을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분쟁조정 신청과 배상 비율별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동양증권의 배상금액이 1578억∼631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는 애초 동양증권의 매각대금을 2000억∼3000억원 사이로 예측했지만 배상금액이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최근에는 1000억원 내외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유력 인수후보 중 하나로 꼽혔던 KB금융은 발을 뺀 상태다. KB금융은 전날 조회공시 요구 답변에서 “증권사 인수합병 추진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나 동양증권 인수는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밖에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대만의 유안타증권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파인스트리트 등도 적극적으로 인수에 뛰어들지 불투명하다.
동양증권은 이르면 이달 안에 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돼 인수자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이달 중이나 내달쯤 법원이 법정관리 중인 계열사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 회수율이 최종 결정되고, 전체 피해액과 배상액도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며 “불완전판매에 따른 우발적 채무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매각을 불발시킬 정도의 이슈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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