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산 SW 도입, 공공기관이 나서야

[기자수첩]국산 SW 도입, 공공기관이 나서야

오랜만에 한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 사람을 만났다. 새해 사업 전망을 묻자 공공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지난해 미뤄진 공공사업 상당수가 올해 발주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국산 SW 도입 분위기가 확산되는 게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대답이다. 정말 그랬으면 좋으련만.

어찌됐든 요새말로 `웃픈(웃기고 슬픈)` 대화다. 국민 세금으로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국산 SW 적용이 늘고 있다고 좋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만큼 공공기관의 외산 SW 종속은 심각한 수준이다. 몇몇 글로벌 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나라를 `셧다운`시킬 수 있다는 얘기도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많은 없다.

SW는 특성상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게 상당히 어렵다. SW 교체 작업은 난해하고 안정성 등에 있어 적지 않은 위험부담이 있다. `국산은 품질이 낮다`는 주장과 함께 공공기관이 이제껏 외산을 고집해온 대표적인 이유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이제는 국산 SW 품질이 향상돼 수요자 의지만 있다면 외산을 상당수 대체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일부 외국 기업이 본사 정책을 운운하며 과도한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공공기관은 외산에 반감을 갖게 됐다.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돼 국산 SW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걸림돌이 있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공공기관의 업무 마인드다. 효율 제고, 비용 절감보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두는 공공기관은 여전히 많다.

정부가 할 일이 여기에 있다. 제대로 된 검토, 타당한 이유 없이 특정 SW만 고집하는 공공기관을 점검하는 일이다. 반대로 SW 교체 등 업무 혁신으로 IT 시스템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한 기관은 칭찬할 필요가 있다.

이제껏 국산 SW는 외산과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했다. 출발선이 달랐고 심판은 편파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공정한 레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변화가 출발선이 되기를 바란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