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17일(현지시각) 북미 4000여개 극장에서 일제히 개봉하는 3D 애니메이션 `넛잡` 제작사인 레드로버 하회진 대표가 국내외 영화계·투자업계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미국 특별시사회를 마치고 급히 귀국한 하 대표는 16일 “초기 넛잡 투자를 받으러 다닐 때 한국 애니메이션의 해외 선개봉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애니메이션 본고장 북미 진출에 대해 눈물이 날 정도로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기업도 못해낸 일을 어떻게 레드로버가 할 수 있냐며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한국산 애니메이션으로 크게 수익을 낸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외하면 100만 관객을 돌파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영화는 전무하다.
미국은 달랐다.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 오픈로드는 넛잡 대본과 스케치 영상을 보자 곧바로 배급을 결정했다. 오픈로드는 배급홍보비(P&A)에 2300만달러(약 245억원)를 쏟아부었다. 넛잡에 담긴 콘텐츠 경쟁력만 보고 실행에 옮겼다.
최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상영시간 훨씬 전부터 길게 줄을 섰다. 하 대표는 “넛잡 개봉 3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100m가량 줄을 서서 영화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제2, 제3의 넛잡이 나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과 달리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콘텐츠 하나만 보고 선뜻 투자하는 경우가 적다”며 “재원이 풍부하지 않은 제작사들이 무턱대고 외국 시장을 뚫기에는 장애물이 많아 포기하기 쉽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을 고치려면 먼저 넛잡이 성공해 애니메이션 투자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겠죠.”라며 토종 애니메이션의 해외 성공 1호 테이프를 끊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