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소재·부품 무역흑자가 976억달러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 실적이자 무역흑자 1000억달러 시대 근접을 알렸다. 장기화하는 세계 경제 침체와 아베 정권의 인위적인 환율 정책으로 힘든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소재·부품 무역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의 40%인 4286억달러에 이른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더 높다. 소재·부품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함께 무역흑자 달성을 가능케 한 효자 역할을 했다. 무역 비중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분야로 자리 잡았다.
소재·부품 무역흑자의 부담으로 작용해 온 일본 소재·부품 무역적자도 지난해에 사상 최저치인 205억달러로 낮아졌다. 일본 의존도도 10년 전 보다 7.6% 포인트 하락한 20.8%를 기록했다. 우리 기업의 국산화 노력으로 수입대체를 이뤄낸 성과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6%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 회복에 따라 우리나라 소재·부품 수출과 무역흑자 폭도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일본 아베노믹스는 여전히 변수다.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 제조업도 안심할 수 없다. 소재·부품 분야에서 중국을 상대로 472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올렸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중국이 무역역조를 개선하기 위해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소재·부품 분야 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중국 기술경쟁력이 올라가면 국산 소재·부품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일 무역적자도 줄어들긴 했지만 첨단 전자부품과 화합물, 정밀기기부품 등 고부가가치 분야는 여전히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다. 일본 등 선진국과의 기술 수준 격차를 좁히고 바짝 쫓아온 중국을 따돌려야 한다. 소재·부품을 고도화하고 차별화하려면 정부와 산업계의 더 큰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3차 소재·부품 발전 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 목표로 설정한 `2020년 소재·부품 세계 4강 진입`을 실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