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PC 사용자에게 가장 익숙한 운용체계(OS)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지만 영향력 면에서는 리눅스가 한 수 위다. 임베디드와 기업용 컴퓨팅 시장에서도 대세는 리눅스다. 많은 기업이 유닉스 서버를 리눅스 기반 x86서버로 전환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PC, 스마트폰, 태블릿PC를 비롯한 개인 컴퓨팅 기기의 61%가 리눅스를 기반으로 개발한 안드로이드를 쓴다. 모바일 혁명 탓도 있지만 리눅스의 `개방성`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다.
개인 장비뿐만이 아니다. 세계 슈퍼 컴퓨터의 94%, 서버 85%, 주요 증권시장 플랫폼의 80%에 리눅스가 쓰인다. 금융자동화기기(ATM)와 의료장비, 스마트 그리드 분야 등 리눅스 사용 분야는 점차 넓어진다. `세계 IT 시스템은 리눅스가 이끄는 오픈소스로 가고 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리눅스는 세계 IT 산업이 특정 업체에 종속되는 것을 막고 오픈소스 철학을 세계에 전파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발적 개발 모델로 인류 역사상 최대의 `공조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 세계 IT 역사를 다시 쓴 리눅스 개발자가 바로 리누스 토발즈다.
◇약관의 청년, 기술 산업을 뒤흔들다=1991 핀란드 헬싱키대학에 다니던 21살의 리누스 토발즈가 리눅스의 핵심인 리눅스 커널(Kernel)을 개발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커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자원을 관리하고 다른 프로그램이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과 같다.
토발즈는 유닉스의 교육용 버전인 미닉스(Minix) 기능을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리눅스 커널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듬해 이를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리눅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빌 게이츠는 윈도로 천문학적 돈을 벌었지만 토발즈는 아무런 대가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정보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개선된 정보 또한 무료로 배포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리눅스는 수십만 세계 개발자에 의해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며 오늘날의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민트, 마제야, 페도라, 데비안, 우분투, 오픈수세, 아치 같은 배포판이 2000개 넘게 개발됐다.
많은 개발자와 기업이 목적에 맞게 리눅스를 개조해 사용한다. 구글은 리눅스 커널을 기반으로 광범위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만들었다. 삼성과 인텔이 개발하는 타이젠폰이나 우분투폰, 파이어폭스폰도 모두 리눅스 커널을 사용한다.
다른 OS와 차별화 되는 리눅스의 강점은 단연 개방성이다. 공개된 무료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언제든 목적에 맞게 개선 가능하다. 기업에선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오류가 생기면 세계 개발자가 협력해 고치기 때문에 시스템 안정성도 뛰어나다.
◇미래 소프트웨어는 리눅스=현재 토발즈는 리눅스 발전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 리눅스파운데이션에서 리눅스 발전을 위해 활동한다. 세계 리눅스 개발 커뮤니티의 코드 개발과 개선 활동을 전반적으로 관리한다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재단에 리눅스 관련 모든 권한을 양도하고 철저하게 기술 개발에만 매진한다.
IT월드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 제조사에서 리눅스 사용이 늘면서 커널 수정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토발즈가 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매일 커널의 170여 소스와 기능이 수정된다. 매 시간 평균 7.14%의 커널이 변한다. 리눅스 탄생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리눅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블랙베리도 리눅스를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토발즈는 자서전 `그냥 재미로(just for fun)`에서 “미래의 소프트웨어는 결국 리눅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와 `나눔`, `참여`라는 오픈소스 철학에 따라 수십만 개발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토발즈는 협력에 의한 기술적 진보를 믿는다고 밝혔다.
◇괴짜 아빠이자 리눅스 진영의 거두=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토발즈는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의 VIC-2000 컴퓨터에 빠져 프로그램 개발만을 낙으로 살았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을 못생기고 수줍은 많은 괴짜`로 묘사했다. 토발즈는 실제로도 욕설과 악담을 잘하는 괴짜로 알려졌다.
재작년 엔비디아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면서 욕을 했고 “C++은 끔찍한 언어, 쓰레기를 만드는 게 훨씬 쉽다”고 비방하기도 했다. MS에 대해선 `저능아들` `더 나빠질 것` 등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 IT매체인 와이어드는 리누스 토발즈가 현재 미국 오레곤주 레이크 오스위고에서 부인, 세 딸과 함께 애완동물을 키우며 평범하게 산다고 전했다. 적어도 겉으론 그렇다는 얘기다. 그가 모는 메르세데스 SLK 컨버터블을 보면 그가 얼마나 괴짜인지를 알 수 있다.
차 번호판 가장자리는 `미스터 리눅스, 괴짜의 왕(Mr. Linux. King of Geeks)`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번호판 가운데에는 번호 대신 `세 아이의 아빠(Dad of 3)`라고 적혀 있다. 토발즈는 언제나 망설이거나 주저하는 모습 없이 거칠게 차를 몬다. 와이어드는 토발즈가 집 벽난로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박제 펭귄을 가져다 뒀다고 전했다.
토발즈는 주말에 사람들과 포커를 치지만 리눅스 창시자로 오픈소스 진영을 이끄는 두 가지 삶을 살고 있다. 와이어드는 토발즈가 마흔다섯에 접어들면서 리눅스도 청년 시기를 맞았지만 열정은 여전히 강렬하다고 평가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리누스 토발즈
-1969년 12월28일 핀란드 헬싱키 출생
-1991년 리눅스 커널 0.01, 0.02 버전 개발
-1992년 0.02 버전 인터넷에 공개
-1996년 펭귄을 리눅스 마스코트로 결정
-1997~2003년 트랜스메타 근무
-2003년 오픈소스개발연구소(OSDL) 근무
-2007년~ 리눅스 파운데이션에서 활동